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등이 굽은 굴뚝나무는
서 있으면 짤릴까봐 등이 굽었대.
그런데 손가락은
늙은 나무 뿌리같대.
흙 움켜쥐고 선 그 손가락 들어
뒤통수만 벅벅 긁던
그는,
해고로 공장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어느 날부터
공장 문 앞에 굵은 뿌리를 내리더니
굽었던 허리를 펴기 시작했대
전봇대보다
굴뚝보다 더 크게 자라서
공장을 내려다 보며 천둥처럼 말했대.
함-께-살-자-!
그러자, 그 나무 가지가지에 꽃이 활짝 피었대*.
*카잔차키스를 인용함.
201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