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스물아홉, 그대가 내 건 목숨이
사내하청, 비정규. 이 지독한 명찰을 뜯어내고
길을 따라 줄줄이 늘어서
아침을 인도하는 가로등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틀거리는 칠흑 속을 걸어 와
그대를 부여잡고 힘겹게 슬픔을 쏟아내는 등을
다사롭게 토닥이는 환함이 되었으면 좋겠다.
네살, 일곱살 아이들이
아빠는 깜깜한 게 싫어 가로등이 되었다고
너희 가는 길 언제나 비출 거라고
기억하였으면 좋겠다.
스물 아홉, 콩새둥지같은 가족 외엔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숨이 막혀버린 故 민경록.
2015.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