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아우야
너는 싸우고 있었더냐
네 의지와 분노로
밀리지 않는 단단함을 위해
혹시 인정(人情)에 끌려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낸 건 아니었더냐
헛된 부추김에 밀려
망상을 깨지 못하고 있던 건 아니었더냐
잊지 말아라
아우야
서로 어깨 걸어 단단한 돌담을 보았더냐
네가 버텨야 네 동료들도 무너지지 않는 걸
싸움을 어설프게 생각하다간
네가 먼저 도망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걸
보도블럭이든 돌담이든
빈틈이 보이는 것은
금방 파헤쳐지고
무너지게 마련이란다
아우야
신념이 서지 않거든 싸우지 말고,
싸우거든 빠지지 말아야 한다
네가 빠지는 건 너 혼자 그만두는 게 아니라
네 손으로 동료들을 무너뜨리고 가는 것임을
싸우고 있는 순간에는 네가 기둥이고 주춧돌인걸
한시도 잊지 말아라
2001/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