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느라
등이 저렇게 굽었나보다.
눈물도 고드름 찬바람 숭숭 드나들고
세상에 닫힌 문을 차고 지나가는 겨울 바람
검은 창 성에꽃 피고 웃묵 물사발 얼어붙어도
거친 발꿈치에 닳아버린 시간을 꿰메고
눈 먼 아궁이에 불지펴 아침을 끓이셨다.
감감하고 깊은 겨울밤,
쌀가루 같은 눈이 내리면
적요한 찬바람 낡은 소매 보푸라기에 떨고,
털 빠진 고무신 젖어 얼도록
되새기는 기도만 소복소복 쌓여가기도 했다.
후- 허공에서 얼던 입김
바람소리를 등진 저 성긴 품에서
저 둥근 고민 속에서 나는 자랐다.
머나먼 미국 땅, 찬바람 업고 눈을 기다리다
동그마니 산소가 아른거리면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둥근 힘이
싸르락 싸르락 내려 쌓이곤 했다.
2018.12.22 동짓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