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돌 답다
흰 백성은 읽지 않고
검은 문자만 읽어 벼슬하던 양반들, 그러니 심지가 가늘어
행여 끈 떨어질까 우르르 쓸리고 눈치보느라
국가의 안위가 아니라 자신의 안위가 달랑달랑
소란소란 밟으며 내던 온갖 소음들
떠나간
그 자리, 그 땅에 엎드려
국가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할 것을 비는 할머니의 등
이 나라의 바닥을 부여 쥔 눈물겨운 힘
돌 답다
2014.11.11
* 박석은 궁궐이나 사찰등지의 마당에 까는 얇은 돌이다. 잦은 전란으로 이 나라의 많은 고건축이 불타고 다시 지어졌어도 바닥돌인 박석은 그대로 다시 쓰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니 경복궁의 박석은 조선의 건국시기부터 지금까지 그 역사를 보고 듣고 지켜왔을 거라 생각하였다. 박석은 아무렇게나 막 깔린 것이 아니고, 비가 오면 물이 고이고 흐르는 것과 밟으면 미끄러지는 것과 해가 비치면 반사하는 것과 풀이 나면 달구어진 돌의 열이 식을 것을 감안해서 설계되고 자리잡은 것이다. 창덕궁 인정전은 박석이 군대식으로 정연하지 않으니 추하다하여 5.16 혁명지도부에 의해 군대식 정연한 돌로 촘촘히 다시 깔린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