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바쁘던 진눈깨비 긋고
낮은 곳엔 웅덩이가 생겼다
술 한잔 하는
알전구같은 저녁이면
흘러온 물들은 주머니에 든 먼지를 털었다
이래뵈도 한때 폭포였다거나
거침없던 강이었다며
진눈 출신도
깨비 출신도
소란소란하다가
연장도 무기도 다 내려놓고
무거운 것들 다 내려놓고
낮고 낮은 웅덩이에서
술한잔 적신 곤한 몸
잠이 들었다
2014.11.8
* 진눈깨비는 어원이 알려진 바 없다.
도깨비=돗(불)+애비, 허깨비(여기서 깨비는 아비, 아저씨를 의미)
달기씨깨비=닭의 장풀 (여기서 깨비는 풀을 의미)
반드깨비=반딧불, 방아깨비 (여기서 깨비는 곤충, 벌레를 의미)
진눈은 질척한 눈, 젖은 눈을 의미할 것이고, 깨비는 순수한 비가 아닌 개비, 가짜비(假雨)를 말하는 것 같다. 지방에 따라 진눈깨비, 진개비, 눈개비, 눈가비라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