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저작권법이 생긴 이후로
인터넷에서 시인들의 시를 읽기가 어려워졌다
출판사의 허락이 없으면
시인들도 자기 시를 함부로 올릴 수 없으니
시는 법의 봉인에 갇힌 죄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시집 한권의 값은 만원남짓
소통이 하고 싶으면 돈을 내야하고
돈이 없는 사람은 시를 읽을 수 없으니
법률이 정한 권리에 갇힌 시가
시를 팔아 밥을 먹어야 하는 시인의 시가
꽃같은 총각의 연애편지에서
처녀의 두근거림을 얻을 수 있을까
암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까
시가 시시하게
조기새끼들 처럼 삼사십편 엮여
떨이로 만원짜리가 된 것은
소통보다 포장이 중요해진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201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