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대문짝에 폐업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 붙인 가게
그의 슬픔도 대문짝 만했을 것이다
절을 한번 할 때마다 시를 한편씩 쓰는 마음으로
백팔배를 하고,
천팔십배를 하고,
삼천배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았을 것이다
참새처럼 종종 뛰며
똥싸고 해탈할 시간도 없이
뱃속이 사리로 가득 찰 때까지
친구도 끊고
술도 끊고
죽기살기로 매달렸을 것이다
희망과 놀람을 거쳐 오기와 끈기,
다음은 겸허와 근면이었으나,
허무에 와서 무릎이 꺾인 그는
열망이 그를 다치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폐업을 써 붙이면서
누군가 다시 이 문을 열고
똥싸고 해탈할 시간도 없이 살지 않기를
잠시 기도했지만
절 한번에 시를 한편씩 쓰는 마음으로
매일 삼천배를 하는 정성 가지고는
이 문짝 안에서 성공할 수 없으리라고
대문짝은
폐업을 덧바르면서
자꾸 얼굴이 두꺼워져 갔다.
2014.11.14
* 한 때 많은 직장인들의 꿈이었던 자영업은 이제 로또가 되어서 1명의 당첨자와 수많은 쭉쟁이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모두가 한명의 당첨자가 되는 꿈을 꾸지만, 한명 이외에는 결국 쭉쟁이가 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체인 대기업들이 잘 써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와 경쟁하라고 중소기업을 죽이면서 키워준 대기업은
나가서 마피아랑 싸우기 힘드니까 골목에서 양아치 짓이나 하고,
정부는 각종 제도를 생산해서, 장사도 안되는 데 이것도 바꾸고 저것도 개선해야하는 그런 비용들을 만들어 못살게 굽니다.
FTA로 외국자본들이 들어오면, 국내 대기업과의 경쟁사이에서 소상공인들은 더 촘촘히 빨릴 준비가 아직 안된 상태입니다.
시골가서 농사나 지어야 겠다는 말도,
다 때려치우고 구멍가게나 해야겠다는 말도
이젠 유효하지 않습니다.
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도 죽겠다는 판에, 어딜 초짜가..
청년은 갈 곳이 없고, 노동자들은 쫒겨나고, 상인들은 문을 닫고, 기계공구상가등에서 꿈을 키우던 영세 공장들도 공단도 중국부품에 밀려 설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니까 모두가 갈 곳이 없는 거죠.
정부는 민생을 돌보지 않고, 외국기업들은 먹고 튀기에 너무 만만한 나라, 외국 기업들이 먹고 튄 비용은 다시 노동자가 뒤집어 쓰고, 파산하고, 서민이 뒤집어 쓰고, 몰리고 쫒기고,
파산자가 많아서 골치아픈 법원이 파산을 뒷간가듯 할수 있게 고쳐 줄지도.. 피를 빨아 먹어야 하니까 죽게 놔 두지는 않을 건데, 그러면 어떻게 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자기 분야에서 버리기 아까운 놈이 되는 게 살길입니다. 힘들어도 끈질기게 매달려서 떨어지지 말아야 합니다. 살아 남아서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합니다.
그러지 못할 것 같으면,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민생을 살릴 수 있는 모든 길에 동참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모두 일어나 바꾸지 않으면, 눈 뜨고 회떠져도 모르고 끔뻑거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