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꽃무늬 카시미론모포에 둘둘감겨
허기진 잠으로 배를 채우던 곳.
스레트 지붕, 양철지붕에
빗소리로 드럼을 치던 곳.
문을 열어두면
소근소근 밤 눈도 내려 덮이던 곳.
쪽 창너머
전봇대를 붙잡고 울던 사내가 멀어지던 곳.
어둡고 습습하고 퀴퀴하니 뎅그런 방에
비키니 옷장, 라면박스와 앉아
초침소리를 듣던 곳.
벽에 일렬로 기대 서서
밤새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얘기를
말없이 들어주던 뽀오얀 막걸리병들이
네홉들이였는지 한되들이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곳.
어두운 밤하늘에 뜬
방 한칸, 알전구 불빛이 새어나와
B612호, 나만의 별이었던 곳.
긴 세월 세상을 멀리돌아
검은비닐봉지에 소주두병들고
찾아가는 곳.
혼자 울던 곳,
탯줄을 끊고
온전한 혼자가 되어
나와 마주보며 얘기하던 곳.
2014.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