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거기 서있네
바람 속에, 어둠 속에, 빗 속에
낙엽처럼 쓸려가는 사람들 속에
쫒기는 클락션 소음 속에
광장이며 사막인 거대한 빈자리에
뿌리박힌 슬픔으로
꼿꼿이 서있네
눈들어 하늘을 찾던 마음에 뿌리박고
나를 따라오네, 전철은 흔들리는데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슬픔의 무게 때문에
나는 침몰하네
더이상 애원하지 않네
멈추어 가만히 지켜보네
가방을 메고 교복을 입고
모든 집집에서 나온 학생들이
지켜보네. 어른들처럼
눈 지우고 지나치지 않네.
슬픔은
소음속의 정적같은 거네
시퍼런 저 바다
북악산을 떠다 메꾼다고 해도
지울 수 없네
201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