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똑각똑각 초침이 가네
초침 떨어지는 소리가 생목숨 떨어지는 소리같소
젊은 부고가 늙은 부고보다 많이 아프네요
나를 동지라 불러주던 형
하 많은 상갓집 다녔어도,
한 맺힌 상갓집은 발이 붙는다더니
같이 걷던 어느 거리 모퉁이마다 상갓집이 아니겠소
잘리고 발버둥 치다 죽어 간 동지의 숨소리
아, 내가 형을 좋아함은
어린 강아지가 저를 사랑하는 주인을 따름과 같았지
용광로 같던 가슴을 쓸어안고
형이 그렇게 시들어 가던 걸 나는 몰랐지
파업했다고 해고되고 살아보려 이일저일
늘 피곤한 눈을 부비며
그저 헛웃음으로 넘기던 형
사는 일도 죽는 일도 함께 해야 동지지
뒤틀린 배알이 아파서 함께 울기도 많이 울고
시름에 잠기면 형이 나타나 그 웃음 웃어주곤 했는데
기운 빠진 날이면 그리운 모두 거기 서서 웃어 주었건만
형만 달빛으로 떠났다니
거기선 해고되지 마시오
이제 홀로 창자를 씻으며
형을 보내주어야 하는 줄 내가 알지만
비 내리는 자리마다 불쌍한 마음 파문이 번지겠소
달빛이 머무는 곳마다 설움 돋아 자라겠소
잘가오
2015.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