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큰 나무가 되려면 삼백번쯤 헐벗어야 하고
하늘을 날으려면 뼈를 비워야 하지
수만의 꽃관을 쓰고
가지가 휘도록 즐거운 열매를 내면서
하늘 가득 새떼 날리던 날에는
그것 다 나의 권능인줄 알았지
한번 베어져
뿌리만 남은 둥치엔
바람도 머물 수 없는 법이야
새가 와 울어주니
꽃 한송이 피울 힘 얻고서야
가득하던 꽃관, 새의 것이고
가지가지 무겁던 열매, 바람이 맺힌 것임을 아네
꼭 필요한 한 잎의 언어와
한 송이 꽃이
널리 움켜쥐던 뿌리를 거두게 하고
비로소 뼈를 비워 날 수 있게 하네
그 뿐이라
2015.10.20
* 비상飛翔(공중을 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