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편지를 받고 설레던 날
같이 야근 하던 날
세상을 떠멘 빗소리를 부어 술잔을 기울이던 날
대오의 뒤에서 절뚝절뚝 따라오던 날
해고통보를 받던 날
바람에 한사코 날개를 펴던 비닐막에서 길잠 자던 날
보내고 홑겹이던 날
서러운 굴뚝 밖에 더 갈 곳이 없던 날
거기서 늑대처럼 울던 날
모래먼지처럼 지겹고 흐리던 날들
비틀어진 낙엽같던 날들
찌그러진 내 어깨 말없이 덮어주던 손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너의 등
201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