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들의 폭격에
내 사랑하는 터전이 초토가 되고
내 가슴속에 슬픔이 강을 이루고 흘러도
나는 이 터를 떠날 수 없다
도끼 한자루 들고
빗발치는 총탄 속을 달려나가는 심정으로
무쏘의 뿔처럼
깃발을 세우고 혼자서 가는 심정으로
이곳은 한 솥밥을 먹던 친구가 묻힌 곳
너는 엔진을 앉히고
나는 바퀴를 달던 곳
푸르른 창공을 보던 아침체조가 고맙고
소주잔만큼 투명하게 우리의 마음을 부딪히던 곳
네 손에 내 손을 조립하여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던 곳
이 공장에 몇명의 인력이 필요한지
회계사보다 우리가 더 잘 안다
회계사가 자동차를 만들어 보기나 했는가
2646개의 부품을 빼고 만든 자동차가
회계사의 장부에서는 굴러간단 말인가
단기필마
항전의 깃발을 올리고 굴뚝을 타고 앉아
숱한 모순 속에 마침내 허물어질 쌍용자동차를 생각한다
그때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할 이 터를 생각한다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않을
이 터와 우리를 생각한다.
201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