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이 하나인 문은 들어갈 수 없고,
취해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다.
삼겹살이 초록빛 상추의 강보에 싸여
일주문을 들어왔다
스님은 살생에 대해 혀를 차셨지만
내치지 않으셨다
담배는 일주문 앞에서 연기처럼 돌아섰고
소주는 찬바람 부는 저녁 내내
속 빈 절간에 불을 질렀다
등신공양, 삼겹살이 제 몸을 태워
기나긴 암흑의 터널을 용맹정진하는 공부 끝에
눈부신 금빛으로 해탈하였다는
한 소식이 들려왔다
근심은 몸 안에 있어 내치기 어렵고
해탈은 몸 밖에 있으니 가지기 어려워라
아무리 제 속을 태워
용맹정진을 해도 해탈하기 어려우니
공부 부족한 놈은
속 빈 절간에 불이라도 싸질러 볼 수 밖에
201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