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도 꽃 피우던 싱싱한 나무였네
잘리고 쪼개져
이 겨울, 공장 밖에서 말라가지만
웃음 꽃 피우던 나의 노동은
훈장처럼 내 가슴에 새겨져 있네
꽃을 피우고 싶네, 다시 한번
눈 감으면 손이 따라가는 작업공정을
찬 손 잡아주던 야근 커피의 따스함을
꽃을 피워오겠다던 벗은
70미터 굴뚝 위에서 말라가고
벗을 지키는 나는
굴뚝 아래에서 말라가지만
야근이 끝나고 공장 문을 나서던
그 어느 새벽인 것처럼
오늘 밤도 나는
공장 문 밖 난로에 장작을 넣으면서
마른 불꽃이 피워내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겠네
활활 타오르는 꽃을 보겠네
2015.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