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든 사과 한 알은
농부, 도매상, 소매상, 운수노동자, 사과박스노동자를 착취하고
사과로 만든 가공식품 공장노동자들도 착취하고
사장이나 노동자나 가리지 않고 착취하고
모두 세금을 내게 하고 론스타는 면세하여 공무원을 착취하고
나도 착취하고
사과 똥을 정화시키는 관리공단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정화조를 건설하는 토목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사과 씨, 사과 꼭지를 치우는 환경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그렇게나 많이 착취만 하고
내 손에 든 사과 한 알은
사과나무의 노고와 농부의 땀과
농협의 자본이 뭉쳐진 것인데
사과를 내어 주고나서
사과나무는 빈 가지 뿐이고
농부는 빚만 늘었고
농협의 금고엔 돈이 쌓이니
사과 한 알을 씹으면서 나는
이자놀이로 사과를 만들어 준 자본에게 감사해야 하나
하나님이 아무리 햇빛과 바람을 주셔도
농가대출이 없는 한, 사과 한 알도 안 만들어질 것이니
내 손에 든 사과 한 알은
하나님 소유도 아니었고
사과나무의 소유도 아니었고
농부의 소유도 아니었고
꽃이 지던 날부터
사과 꽃이 펄럭펄럭 바람에 지던 날부터
아찔하고 어지러운 착취의 여정을 빨갛게 새겨갈
태생부터 대출의 소유였으니
내 손에 든 사과 한 알은
자본과 동업하면
결국 사과나무처럼 쓸쓸해 질 거라는 걸
빚지게를 진 늙은 농부처럼,
자본이 없어서 팍삭 늙어버린 하나님처럼,
마이더스의 손을 잡는 자 누구든
생명을 잃을 거라는 걸
자본은 사실 돈을 먹는 게 아니고
사과를 미끼로 너의 생명을 잡아먹는 다는 걸
201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