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추석

김영철 3 655

추석

 

 

고속도로만큼 빠르게 살던 

고향집 가는길이 비틀거립니다

뒤도 한번 돌아 보지 못하고

화살처럼 날아간 공간 속에

뉘가 보고 싶어 대문에 머뭇하며 

호미자루에 감쳐 보이지도 않튼

그 쭈글했던 웃음들이

창가 공동묘지 봉분에 환하게 피었습니다

 

 

속도는 빠르고 

사이는 멀어만 집니다

손가락 끝으로 세계을 보면서도

그리움도 보고픔도 상실한 시대

창호지 문살에 유리문도 없는 세상 

속도는 암흑을 몰고왔습니다

 

 

석 삼년 머슴살이에

달뱅이논 한마지기에는

문패도 없이

잡풀만 무성한 묘지들이

두눈 부릅뜨고

허이 허이 곁을 기다리고

 

길은 이어지고

세월은 안개 길입니다

사라져 버린 곁에

내가 곁이 되어 

곁으로, 곁으로 곁으로 

길을 찾아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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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이웃사촌이란 말을 실감합니다. 손가락 끝으로 소식을 알게 되는 건 좋은데, 곁에 있느니만 못합니다. 추석은 그리움으로만 남고, 이젠 마지막이지, 더 못보지..하며 우시던 둘째 큰아버님도 그 말씀같이 산소로 가신지 해가 넘었습니다.

불편하고 버석거리는 새옷을 입고, 깜깜 새벽길을 나서 짐을 이고 지고, 빽빽이 들어찬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며 한시간, 버스를 기다리며 한시간, 갈아타고 다시 한시간 반, 버스를 기다리며 한시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비포장도로를 흔들리며 한시간, 거기서부터 걸어서 한장고개를 넘는 길이 한시간, 그 고생 끝에 산소가 있었고, 너 왔니? 하시는 것 같던 그날들.. 기나긴 인사와 어른들의 말씀과 기다림 끝에, 취한 아버님과 해거름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 또한 그러했고, 집에 도착한 밤 12시부터 2시간을 이어지던 아버님의 말씀을 무릎꿇고 듣던 일이 또한 그립습니다.
김영철
지금 고향 가는 길이네
누님은 밥을 해놓고 내다 보구 있을것이네
길도 한적하구 아내가 운전하고 호사하네
잘 다녀 옴세
박상화
잘 다녀 오시고, 고향가선 핸드폰 들여다보지 마시고 정취를 느끼다 오십시요. 그 느낌이 돌아와 시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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