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해방글터 벗님들! 반갑습니다...

달의바다 1 601
혜화동
-재능천막 농성장


봄이 가고 여름이 갔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솔직히 말할게
나는 울고 있지 않았어
살이 두 근쯤 쪘고 얼굴 한 쪽은 뚱뚱해졌어

미안해요
동전을 넣지도 않았는데
자판기에서 작년에 버린 가을이 튀어나오고 말았어요
7년 동안 멍든 발로 당신은 내 등을 빈 깡통처럼 걷어찼다

목구멍에서 아침에 먹은 생선가시가 튀어나왔다
생선이 된 물고기가 파닥거리며 운다
마로니에 벤취에서 청동의 각질을 덮어 쓴 사내가 자고 있다
그걸 보고 지나가며 재미있게 웃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모기떼처럼 입을 벌리고 통닭처럼 웃는다
치킨집에서 죽은 통닭도 동족들을 보고 웃는 것이 미치도록 즐겁다
뼈를 발라 버리고도 뼈는 쇠처럼 단단해져 날카로운 포크가 된다

단풍잎보다 먼저 폭발하는 새벽 구름들이 천막을 쳤다
구름은 피 같은 나무들의 탯줄을 끊고 무수한 잎들을 유산시켰다
커피를 토하고 휴지통에 휴지처럼 구겨지던 가을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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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조성웅
역쉬, 임 시인 특유의 그로테스크 한 이미지로 꽉 차 있군요. 난 언제 이런 시를 한 번 써볼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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