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요즈음 - 선종구

해방글터 0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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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만 모이면 한명은 죽고싶다고 한다 요즈음은 
사방에서 죽고싶다 한다

몰리고 몰린 마누라가 뛰운 마지막 승부수는 다단계고
퇴직금 몇 푼 마저 빚으로 꼴아박은 실직의 둘째형님이 죽고싶다 하고
올해 딸기농사를 망친 두 살 많은 동네형님이 죽고싶다 한다

농약을 마시고 가버릴까 몇 번을 고민했다는 말에 
읍내에서 수박장사를 크게 하는 동네형님은 미친놈아 일년농사로 죽을거면 나는 수백번은 죽었겠다고 술을 따르고, 행님은 비빌 언덕이라도 있지라 
농협에서 빚 오백도 안 내주는 우리는 어찌 살겄소 죽어야제!

악을쓰며 술을 따른다 두 달에 한번 보는 동네청년회 뒤풀이,
정년이 65세인 청년회에서 육십도 안된 새파란 사람이 죽고싶다 하고
베트남 마누라 도망가 버린 두 후배들은 말없이 술만 죽인다

사방에서 죽고싶다 하고, 진짜로 죽어버리는 요즈음 
그 말이 겁이 나서 새벽 2시까지 술을 따르고, 정녕 내속의 말은
내보지도 못하고 돌아오는 춥고 어두운 읍내의 겨울밤

ㅡ일농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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