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개 이야기

박상화 0 612

응답하라팔팔에서 개딸이라고 부르는데, 가짜딸이란 뜻이기도 하고 하찮은 딸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귀한 자기 자식을 낮추는 전통적인 어법이지요. 아명을 개똥이로 지어 마마귀신이 데려가지 못하게 하던 것처럼. 꽃도 개꽃, 참꽃이 있고, 나무도 개가 붙은 것은 본래 그 나무를 닮았으나, 그나무가 아니다라는 뜻이지요. 

 

가짜를 표하거나 쓸모없이 하찮은 것을 뜻할 때 우리는 전통적으로 접두사 개-를 붙여 왔습니다. 개복숭아, 개살구도 잇고, 개나리, 개떡,  개망초등이 그렇습니다. 일본어 지라시(낱장선전물)가 변한 찌라시는 '가치가 없는 소문등을 게제한 종이'를 의미하는데, 조중동이 참신문이 아니라 개신문이란 뜻으로 비유되어 쓰이다가, 사람에게 까지 쓰이게 되었습니다. 참 사람이 아니라 개사람이란 거죠. 개새끼에도 쓰이는 개는 앞에서 말한 접두어이지 동물 강아지의 그 개가 아닙니다. 찌라시 좌파를 우리말로 하면 개좌파가 되겟죠. 

 

요즘 젊은이들이 개좋아, 개싫어, 개슬퍼등등 서술어에도 마구 개를 붙이고 있지만, 원래 접두어 개는 명사에만 붙여 쓴다는게 국립국어원의 해석입니다. 사람들이 널리 쓰니, 서술어 용례도 인정될지 모르지요. 젊은이들이 쓰는 개-는 진짜, 정말이라는 강조의 뜻입니다. 참좋아, 참 싫어, 참슬퍼가 되는거죠. 

 

개는 참의 반대접두어인데, 이제는 개나 참이나 같은 뜻의 접두어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단지 명사에 붙이면 하찮은-의 뜻이고, 동사에 붙이면 참-의 뜻이 되는 차이만 있습니다. 개떡 개싫어..라고 하면, '떡같지 않은 떡은 참으로 싫어'라는 뜻인거죠. 언어는 시대의 거울입니다. 일제시대엔 일본어가 많이 쓰였고, 미군정하에선 영어가 많이 쓰였듯이, 참과 개가 구별되지 않는 시대에 사는 청년들은 참과 개를 같이 씁니다. 개슬픈 시대를 사는 모습을 웅변한다고 봐야죠. 어찌보면 굉장히 예리한 현실분석인지도 모릅니다. 개손님도 개안오니 개심심합니다. 하아..

 

개얘기 나온 김에 한마디 더, 개견犬자는 큰개를 말합니다. 반면 개구狗자는 어린 개를 말합니다. 어린 동물새끼들은 구句자를 붙입니다. 송아지 후(牛+句), 망아지 구(駒). 그런데, 어려서 귀여운게 아니라  부족하고 모자란 것도 같이 뜻합니다. 그래서 견을 쓰면 굳고 좋은뜻인데, 구를 쓰면 어리석고 모자란 뜻이 됩니다. 충견, 경찰견, 견마지로는 개와 말의 노고를 다해 충성하겠다는 뜻이고, 주구(走狗: 달리는 개)는 앞잡이, 토사구팽은 토끼사냥이 끝나면 개를 삶아먹는다는 뜻이죠. 견자는 애완견에, 구자는 식용견에 붙인다는 주장도 잇는데, 옛날엔 애완견 식용견 구분이 없었기 때문에 맞는 말은 아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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