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여름 날

김영철 1 542

 

 

1

아내와 가끔 성남 모란시장에 간다. 아내는 그 유명한 지름골목에 가 꼭 참지름을 산다.

그것도 한 두병이 아닌 한 열병은 산다. 두 식구에 뭘 그리 많이 사냐하면 며느리, 딸, 친구들도 주고 하다보면 항상 모자란다 한다. 겨우 6000원짜리 한 병주고 인심 얻고 자식들에겐 더 받아 올수 있으니 참 할만한 장사이다. 그런데 모란시장 참지름은 내가 먹어보아도 참 고소하다. 참지름은 사실 고소함보단 음식 살균에 좋은 양념이다 아내는 그것도 모른다.

 

2

근대 모란시장에서 나의관심은 온통 누우런 황구에게 집중되어 있다. 저놈은 영계, 저놈은 늙타리 하면서 견들과 미안한 눈 마춤은 안하고 싶지만 어쩌라! 초복도 다가오는데 아들, 사우 핑계 되면서 기어이 아내 얇은 지갑을 열게 하였다.

 

3

60년대 초등시절 연로해지신 조부님에게 아부지는 읍네 개장국 집에 부탁을 해서 개장국을 시켜 드렸는데 그 심부름 담당이 나였다. 그 여름날 뜨거운 국물을 냄비에 담아 집에까지 운반 하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흔데 조부님은 조모님을 일찍 여의시고 나하고 겸상을 하는데 그 개장국을 한 번도 먹어보라고 주지도 않고 국물 한방울 남기지도 않았다.

그 때가 초딩4학년 쯤 이었으니 어느날은 가져오면서 뚝방 길에서 작정을 하고 그 맛을 탄미해보았다, 누우런 기름이 둥둥떠있고 특유의 노릿내와 무엇보다 시커먼 껍데기 고기에 먹다말고 뱉아버렸다.

 

4

어릴적 조금 병약했던 나는 어머니의 지극한 조약 덕분에 오늘날 까지 그 험한 세상 무탈이 산다고 생각한다, 내 사주팔자는 험한 것을 맥여야 한다고 고명하신 스님께서 어머님에 시주에 보답이었다고 한다, 엄니는 한동안 험한 음식이 뭘까? 하면서 찾아낸 것이 개장국이다. 객지살이 군대살이 결혼해서, 그야말로 어머님은 오실 때나 내가 갈 때나 개장국이다.

우리 어머님표 개장국은 뽕 뿌리, 삼뿌리 잔디뿌리 그야말로 들판에 있는 뿌리란 뿌리는 다넣어 가마솥에 푹고아 개기는 먹고 뼈는 또 넣고 삶아 파우치로 만들어 주셨다. 그 맛을 못 본지가 올해로 14년째이다,

 

5

냉장고가 든든하고 괜히 배도 부르고 기분이 난다.

개장국은 그야말로 된장의 맛이다.

어머니표 된장도 없지만 어쩌랴

비스무리라도 어무니 맛을 찾아보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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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배순덕
개를 좋아해서 음식 가리지않는 내가 개고기는 안먹는데 왠지 감칠맛이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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