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쪽방 신춘문예 1/ 정상화

해방글터 1 570

정상화(12/9 접수) 옷수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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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하나. 나만의 공간- 저쪽 모퉁이의 한켠 「쪽방」.

언제부터인가 높은음자리 3·4·5는 잊어버리고 한 개 1(일)이라는 날씬한 몸매의 숫자놀음에 푹 ᄈᆞ져버린 한사람의 힘든 삶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과거 2·3이 주는 포만감과 느슨함에 하나(1)가 주는 진정한 가치를 뒤늦게 발견한 건 반백의 세월이 흐르고 난 후의 요즘. 반갑지 않은.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 시린 12월이다. 

 

차디찬 냉기에 눈떠보니 매일 보아오던 익숙한 환경- 좁은 공간이지만 전혀 변하지 않는 꽉찬 살림.

 

- 나만한 부자가 또 있을까?

 

피곤한 삶의 흔적을 뒤로 한 채 오늘의 일과표를 물끄러미 챙겨본다. 변함없이 지루한 시간표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특별하고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내 건강도우미. 희망을 품은 진료소를 방문하는 날.

- 나를 힘들게 하는 계단을 올라 거친 숨을 쉬는 나에게 오늘도 가족처럼 반겨주는 흰 가운의 두 선생님의 백설같은 미소와 한가지라도 더 챙겨주려는 말씀에 이미 절반은 치유돼버린듯한. 내 나쁜 건강. 문을 나서는 내 어깨 넘어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는 이쁜 말은 내게 안기는 더없는 덤이다. 오늘만큼은 1(일)이 아닌 +2=3이 된 느낌. 한참을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느낌이다. 

 

그 훈훈함을 뒤로한 채 또 다시 외톨이가 되는. 나만의 쉼터이지만 ‘홀로’라는 단어로 포장해버리는 항상 낯설어보이는 방문을 바로 노크하기는 싫어 조금은 혼잡해보이는 거리에 발걸음을 옮겨 본다.

 

허나 매번 거부하는 내 시선 속에 둘(2)의 사랑스런 속삭임. 셋(3)의 시끌시끌한 웃음소리. 4·5·6의 여행객의 즐거운 발걸음을 시샘하며 애써 모른척 돌아서 알맹이 없는 불편한 숨을 쉰다.

 

내 마음속에 물음표(?) 던져본다 난 왜 저들과 함께 호흡하지 못할까? 왜 나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울타리속에 나를 감추고 싶었는지 아니면 세상밖의 밝음이 낯설었는지. 한번씩 그림자속에 묻혀버린 나를 발견하게 된다. 밝은 웃음소리와 다른이들도 지닌 슬픔의 표정을 함께 공유하지 못하고 한켠의 방에 팽개쳐져버린 나자신을 발견할 때면 어제의 時間(시간) 아깝고 오늘의 내가 스스로 부끄럽다. 

 

「이제 기어서라도 나가고 싶다. 걸음마를 다시 배워서라도 예전의 사람다운 세상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쉬고 싶다.」

 

다행이랄까! 여기 함께하자며 손을 내미는 고마운 이들이 있다. 풋풋한 웃음을 전파하는 봉사하는 학생단원들 영양소가 되라며 찌든 건강을 챙겨주는 여러 후원자들. 그리고 때마다 들러 고민과 아픔을 달래주고 밝은 내일을 위해 밤늦게까지 불빛을 비쳐주는 희망드림센터가족들. 처음엔 다소 낯설었던 웃음과 관심. 생각지도 않은 도움에 한때 지나가던 바람이려니 하고 애써 진정시키려던 조금은 식어버린 심장에 연분홍 빛깔의 화사한 연꽃을 탄생시킨 느낌이다. 

 

- 감사하다 진정 고마웁다. 과거엔 몰랐던 우연이었지만 옆자리의 허전함과 내 삭막했던 몸과 마음에 사랑이라는 온기를 채워준 인연이라는 고리. 비록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 인연의 고리를 폼나고 빛나게 할 수 있는 이는 내 스스로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 힘내어 내 지금의 분신 「쪽방」을 희망. 꿈을 키워주는 드림센터에 맡겨보고 싶다. 그 끝자락에 남들이 신기해하고 조금은 부러워하는 「쪽쪽방」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 「초대하고 싶다」 그리고 나를 지켜봐주고 일으켜준 고마운 사람들 아울러 나와 같은 위치에 있는 또다른 이웃들과 자신에게 「왜」라는 물음표(?)를 던져보고 자신의 삶의 변화를 느끼며(!) 이제는 남들과 同行할 수 있겠다라는 마침표(.)를 완성시키고 싶다. 어둠이 깊어간다. 모처럼 포근한 밤이 될 것 같다. 따스한 햇살이 비칠 아침에 그동안 지쳤던 기지개 켜며 희망의 꿈을 노래하고 싶다. 조금은 행복한 미소를 머금으며.

 

-12월을 사랑할 때 쯤에-

 

비록 白紙(백지)와의 對話(대화)지만 이 地面을 벌어서라도 평소하고 싶었던 베풀어주었던 애정. 사랑. 고마움에 한번 더 감사하고 싶다. 다음해엔 조금은 칭찬받는 뿌듯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자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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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이 분은 전에도 글을 써 본 분입니다. 하고자 하는 말씀을 잘 풀어내어 읽는 사람을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글의 앞부분은 숫자 1,2,3,4로 사람의 수와 혼자 생활하는 외로움을 표현했고, 글의 뒷부분은 문장부호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로 각 단락을 표현하며, 이야기를 끌어 나갔습니다.

숫자로 표기된 앞부분은 본인의 현실을 담담히 그리고 있습니다. 
뒷부분은 그 현실에 의문을 갖고, 현실을 느끼고, 갈길에 대한 결심을 합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살고자 합니다.

과장되지 않은 담담한 문장과 그 문장을 끌고 가는 마음이 글을 읽는 내내 잘 전달되었습니다. 분명히 가지고 있었을 격렬한 분노와 극심한 고통들이 어느정도 삭아버린 다음에 투명하고 담백하게 차오른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글로 잘 풀어냈습니다. 글 속에서 보면, 사람을 기피하여 혼자가 된 분인데, 사람을 기피하고 싶은 그 마음을 이기고 이제 함께 살아나가고 싶다고 고백 합니다.

따지고 보면,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스스로 보람된 할 일을 찾기 위해 길바닥을 헤메고 다니다 결국 그 일을 찾은 많은 분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궁궐을 나와 뼈만 남도록 유랑걸식을 하며 살았던 석가모니 부처님도 있고, 광야에서 40일간 헤메다녔던 예수그리스도가 또한 그러했습니다. 서울에서 남도 섬까지 걸으면서 손가락 발가락이 수시로 끊어지는 고통을 안고도 문둥병자들을 위해 위대한 시집을 남긴 한하운 시인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시골 작은 교회의 종지기 역할을 행복하게 여기고 감동적인 동화작품을 남긴 권정생선생님같은 경우가 다 그런 좋은 예입니다.

지금은 가진 것 없고, 할일을 모르나, 언젠가는 반드시 이 사회에 나온 보람과 역할을 찾겠다는 의지야 말로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마음입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이 이제 반백이 넘었다고 하시니,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월마트를 세운 샘 월튼이 처음 할인점을 시작한 것은 44살, 조지포먼이 재기하여 세계참피온이 된 것은 복싱계에선 환갑도 지났다는 나이 45세였습니다. 첩보원 이야기인 007시리즈을 쓴 이안 플레밍이 007을 처음 쓰기 시작한건 45세, 맥도날드의 레이 크록은 53세, 할랜드 샌더스가 65세에 파산한 후, 1008번의 문전박대를 당하고나서 간신히 문을연 조그만 가게의 이름은 KFC입니다. 그는 KFC의 창업주이자, 모델입니다.

나이는 중요한게 아니고, 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정상화님이 드림센터와의 좋은 인연으로 지금의 강건한 마음을 가지고 이 사회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해 나가실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좋은 재주로 계속 글을 써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감정과 비유로 소재를 다루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으시니 계속 쓰면 좋은 작가가 되실 수 있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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