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나는 용역이었다. -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

해방글터 0 1,106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

10월 29일 · 

‪#‎46483번째울림‬

2015. 10. 30. 오전

<사는얘기>

나는 용역이었다.

 

송곳이란 드라마에 나올 법한 노조 잡는 용역이었다.

 

공부를 못했다면 운동을 했을만큼 다부진 체격을 가졌기에 가능했으리라

 

유도를 하던 또래부터 빵에 갔다 왔다는 3,40대 아재들까지 다양한 사람들...... 아니 왈패들. 그리고 나

 

처음엔 으리한 교회에서 문만 여닫아주는 가드였다. 일은 힘들지 않았다. 신천지 문제가 있는 교회에서 용역을 고용한 것이었다.

 

왈패들 사이에 소위 인서울 4년제 학생이 있으니 교회 사람들은 의아해하면서도 나름 무시하진 않았다.

 

수업이 없던 금토일 그렇게 한달을 하니 100만원 남짓한 돈이 쥐여졌다. 장학금이 없으면 학교를 못다녔을, 기숙사에 못들어가 사글셋방의 냉돌 위에서 잠을 청하던 내게는 너무 큰 유혹이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났고 한학기가 지났다. 매달 손쉬운 노동의 대가로 들어오는 100만원은 나에게 따뜻하고 안락한 삶을 약속하는 듯 했다.

 

여름 방학이 되자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법한 회사의 공장으로 가게 되었다. 소위 '노조잡으러' 간 것이다. 봉급을 3배로 준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방패 전경과 노조가 대치하던 그곳에서 언뜻보면 경찰인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닌 그런 형광조끼를 받았다.

 

그리고는 팼다.

 

사정없이 팼다.

 

저 사람들이 반격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팼다.

 

합법적인 폭력이라는 것이 그곳에 있었다.

 

전의경들의 투명한 방패 너머로 노조가 때리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가 맞으면 정의의 아군인 것처럼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광고주의 공장에 와서 우리가 맞기 시작할 때쯤 셔터를 누르는 기자들이 있었다.

 

그런 충돌이 있는 날이면 토하지 않고는, 그러기 위해서 술을 먹어야지만 잘 수 있었다.

 

싸우지 않는 날은 1시간 이른 점심을 먹고 상대방 천막을 에워싸고 있었야만 했다.

 

하루는 눈이 시퍼렇게 멍든 아줌마가 밥도 안먹고 서있는 줄 알고 가장 앳된 내게 주먹밥 하나를 건넸다. 옆에 선 왈패의 꺼지란 소리에도 기어코 내 조끼 주머니에 욱여넣고서야 돌아갔다. 필히 나만한 아들이, 딸이 있었으리라

 

그 고된 하루를 마치고 학기초와 비교해 너무도 풍족해진 방에 돌아와 다 쉰 주먹밥을 먹고 토하고 울고를 반복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 길로 용역을 때려치웠다.

 

계속 했다면 맥북 에어를 사려고 차곡차곡 모은 목표 금액을 채웠을 거다. 자취생의 꿈인 전자레인지를 살 수 있었을 거다. 짭이 아닌 나이키를 신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 쉰 주먹밥이 뭐라고 아줌마의 시퍼런 눈이 나에게 맞은 사람들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그 사람들의 요구 사항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시급 6500원이 요구 사항이었댄다. 추가근무 시급 9000원이 요구 사항이었댄다. 점심시간 1시간이 요구사항이었댄다.

 

그게 뭐라고 그리들 맞으셨을까.

 

그 죄책감인지 나에대한 자괴감인지 지금도 강경노조니 귀족노조니 하는 말을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경찰도 국회의원도 기자도 법도 다 회사 편인데 말로 해결 될까. 노동자는 귀족이면 안되는 걸까.

 

혹자는 한국 공권력이 너무 약하다고 한다. 아주 재밌는 분이다. 형광조끼를 입은 사내들 뒤에서 조소를 날리다가 때되면 사악 나타나는 그들은 약한게 아니라 악한 것이다.

 

불법 용역을 신고한 나를 허위사실 유포로 몰아가 되레 훈계하던 그 경관의 자기 확신에 찬 목소리를 되새기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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