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오리낭구 이야기

박상화 2 1,335

 

까시낭구가 있어. 엄척 억쎠. 까시도 엄척 딴단여. 빼짝말른 엄낭구 까시가터. 아까시 까시보담두 단단여. 여름에 꺼문 딸기가 열리는데, 그걸 복분자라 그러는 거 같여. 암튼 딸기도 음청 시까며. 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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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와서 집을 멫번 옮겨 다녔는디, 한번은 집 뒷마당이 온통 그거여. 애기덜이 어릴 띠라 다치긋다 싶어서 낫을 들은겨. 아, 오라질노무거. 덩굴밭이서 살기가 냉냉한디, 무섭드라구. 잡아맥힐 꺼 겉드래니까. 내가 은제 낫을 써 봤나, 덩굴을 쳐 봤나. 뿌랭이 께를 치문 웃가지가 철렁함서 얼굴을 줘 때리고,중간치를 치문 옆가지가 철렁함서 허벅지에 막 갬기고, 웃가지는 낭창낭창혀서 잡구 짤라야지 안 잡으믄 잘 짤라지지도 안여. 작업용 가죽장갑을 꼈는디, 이눔들이 그걸 막 뚫고 막 찔르는겨. 저기머여, 도깨비 만난 미친눔처럼, 혼자 욕두 하고 땀을 내문서 저물게 씨름만 허구, 기운만 다 빼고, 음청 지치데. 앓아 누울뻔 했쟌어. 징혀. 내 이누무꺼, 오기가 나설랑은 이를 갈아부치고서 죽기살기로 매달렸나벼. 미칠동안 쌈하구, 짜르는 것두 일이구, 토막 쳐 버리는 것두 큰 일였어. 뿌랭이까정은 어뜨케 하질 못하긌드라고. 아이구 지겹다구 고만 돌아섰는디, 미칠 후에 보니 금새 또 자랐어. 내가 졌다구 결국 포기혔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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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에 엄니가 보러 오셨다가 홈디포서 전지가새를 하나 사셨어. 말이 통하나 마실갈 디가 있나, 심심허신께 뒷마당이 나가서 소일하시는디, 까시밭이 움푹움푹 읎어지능겨. 아이 이게 웬일여. 우짠 일이여. 우트기 하시나 봤드니, 그냥 전지가새로 똑똑 끊으시는 거여. 허. 그걸 심으로만 밀어 부칠라구 혔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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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저 봄 오겄다 싶은 그런 봄날이었어. 슬슬 걷다보니께 까시냉구를 뚫고 모가 가늘가늘하니 회초리같은기 올라와 있데. 아이구, 너두 참 안뒤얐다. 이 넓은 땅덩이 놔뚜구 하필 까시낭구밭 한가운디루다가 씨가 떨어졌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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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날은 또 보니까 지법 키가 커서 가지가 났는데, 혼자가 아니드라구. 여럿이여. 우후죽순이라구 머 쑥쑥 솟는거 처럼 여러 낭구가 쭈욱쭉 올라와있는거. 그래두 여려. 회초리 같어. 인자 여름되면 까시낭구가 승하믄서 다 죽을 판여. 나두 죽긌고 늬들두 죽긌구나. 우쯔겄어. 그냥 둬야지, 머. 다 자연이 하는 일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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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절(계절)이 갔는지 해가 바뀌었는지 정신읎이 살라구 돌아치다가 언날 또 만난거. 아니나 달러. 인자 일미터 한 오십센치나 자랐나 싶은디, 바들바들 가지 뻗은데 가지보담 더 굵은 까시등굴이 휘감긴거. 뒤이서 목 조르드시. 그래 감겼드라구. 불쌍혀서 내가 그 덩굴을 짤라내 준거. 그러고 보니 낭구 가지목에 덩굴이 겨간 재국(자국)이 패였어. 불쌍하드라구. 꼭 나같구. 눈물이 핑 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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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시낭구는 그 일대에 최강자였어. 다른 낭구도 풀도 못 자랐어. 늦여름이문 거문딸기가 시커먼디도 못 들어가능겨. 해묵은 물길 가생이라, 들어갔다 미끄러지믄 난리나는 겨. 그 바닥엔 해전에 성혔던 낭구가 딱딱하게 말라서 까시가 더 뾰족혀. 그른것이 켜켜이 쌓이고 그 우로 새해것이 또 자라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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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모여, 그래두 신기한건 사슴이 거길 지내가. 모 조심조심 지나가는지 우째는지 몰르겄어두 먼 발치서 지내가는걸 내가 봤지. 아이, 저게 까시낭구밭을 잘 지나가네. 신기하드라구. 너구리도 까시낭구 밑으로 길을 내서 댕기구. 그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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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나도 그 회초리들이 잘 뻗어 살드라구. 일자로 쭈욱쭉 커 올라가는데 이젠 지법 굵어서 야구뱅맹이는 아니어두 짝대기는 만들것어. 야가 참 신기허다. 우째 살았나 싶어, 이파리를 찍어다 도감을 찾아보니, 여러모로 생긴기 오리나무랴. 오리나문거 가터. 이파리나 끕데기나 생긴게. 오릿길마다 선 흔한 낭구라구 오리나무라구 불렀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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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예 오리낭구는 숲을 맹글었어. 일일이 시자면 한 스물댓주 안 되겄어. 근디 쭉쭉 뻗치고 선기 여간 이뻐. 그러구 오리나무 밑둥엔 까시낭구가 다 읎어진거. 무신 조화속인지 똑 뿌랭이까정 다 빼서 다 이사간거 같여. 오리낭구가 잡아 먹었을리도 없는디, 그 묵어 마른 까시들까정 다 읎어졌어. 주둥이 댓발 나온 까시낭구들이 이사감서 주섬주섬 챙겨 갖구 갔나? 신기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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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서 한 오리 떨어진 도로를 지나가구 있었어. 도로 옆에 둔덕이 있는디 오리낭구 서너그루가 줄 서 있드라구. 언 봄이었는지 가실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디, 날이 좋앴어. 그 둔덕 아래로 어린 오리나무덜이 조로록 줄 맞춰 걸어내리오고 있는겨. 엇따, 신기하데. 마치 유치원 노랑병아리덜 소풍가드시 두줄로 조로록. 그때 안거. 어떤 낭구는 씨앗을 바람에 얹어 멀리 보내기도 허지만, 오리낭구는 지 발밑으로 떨어뜨려 지들 땅을 늛히는구나 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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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낭구나 은행낭구나 크고 굵은 낭구들은 주변에 있는 낭구들을 잡아묵고 크는 거. 그래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쥑이고 빼사서, 크고 굵은 낭구들은 기운이 신령스럽기도 허구 무섭기도 허구 그런거. 난 아즉 오리낭구가 크고 굵었단 얘기도 못들어 봤고, 본 적도 없는디, 오리낭구도 모 상황되믄 그리 크고 굵겄제. 낭군디 우찌 안그러 긌어. 근데 지 혼자 굵진 않고 그저 여럿이 함께 퍼져서 살다 간다믄 더 좋겄어, 주변 낭구들 다 못살기 굴고 쥑이는 까시낭구헌티 지지 않고설랑은 쭉쭉 큼서 살다가, 때 뒤야서 또 저물어 간다문, 것두 나쁘진 않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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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엔 좋은 낭구도 많지. 그래도 난 오리낭구가 좋어. 티도 안나고, 표도 안내고, 있는 듯 읎는 듯, 오리마다 꼭 나타나, "나 오리낭구여, 헤헤" 하문서 살다가, 안보이문 또 오리밖으로 자박자박 건너가 살고 있능걸 믿게 해주는 낭구여. 혼자선 안 서있고 꼭 서너그루라도 숲을 이루고 뭉쳐서 사는 낭구여. 그거 말구는 오리낭구에 대해 아는 것두 읎지만, 우라지게 심들던 날에 보여준 오리낭구의 상처와 숲과 바람에 싱그럽던 이파리들이 고마워 이래 몇자 적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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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걷는다>


어린 오리나무가 밤새 둔덕을 걸어 내려왔다
노란 민들레 점점이 따라 내려왔다

여름이 바싹 말라붙은 둔덕에
초록 발자국 여기저기,
토끼풀, 야생당근꽃, 엉겅퀴, 
잡초들은 폭염에도 타지 않았다

바람 따라 포플러 나란히 걸어가고
편백나무 담에 낀 마른 도토리나뭇잎 떨어질 때
시간은 그늘에 고이고
소음도 고요에 잠들었다

개미는 하루에 몇리나 걷나
거미는 몇개나 그물을 짜나

노곤한 졸음에 자꾸 목이 꺾이는 맨바닥
그늘을 하나씩 달고
모두 다 말없이 부지런하다


2016.6.21

* 이천사투리의 특징 :
1. ~거로 많이 끝난다. 밥 먹은 거? (밥 먹은거야?)
2. 어:가 아닌 으: (드:럽따(더럽다).슫:딸(섣달).들:하지(덜하지).츠:녀(처녀))
3. 에:가 아닌 이: (수지:비(수제비), 목이 미:네(목이 메이네), 지:사(제사), 시:다(세다),껍띠:기(껍데기), 모팅:이(모퉁이),메띠:기(메뚜기)
4. 어떤 경우엔 아가 애: 호랭이, 토깽이,

** 이 글은 내용은 제가 썼으나, 말투는 옛 어른들 말투를 기억을 되살려 옮겨쓴 것으로, 용인과 마장면에서만 70년 넘게 사신 할머니, 이천시내 창전동에서만 50년 넘게 사신 사촌형님, 마장면에서만 80년을 사신 큰어머니와 이천, 안양, 서울서 사신 아버님의 말투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소리내어 읽다보면 어른 여자분, 남자분 말투가 섞여나와 어색한 것을 알 수 있으나, 한분 말투로만 온전히 기억을 되살릴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말투가 섞였음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면, 용인출신이신 할머님과 마장면출신이신 아버님은 ~짤라내준 거. 라는 말끝을 쓰지 않으시고, ~짤라내줬지.큰어머님은 짤라낸겨. 로 끝납니다. 마장면에선 ~드라구, ~한겨, ~그랬슈 라고 끝을 맺으신데 반해, 시내 창전동 출신인 사촌형님은 ~거.로 끝나는 말을 많이 쓰셨습니다. (시내에서 배워서 그랬나 마장면 살던 사촌동생도 그런 말투였는데,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의 말투일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으"로 발음나는 건 충청도 사투리 영향인것 같고, "이"로 발음나는건 강원도 사투리의 영향인 것 같은데, 대신에 충청도나 강원도처럼 으,이가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고, 으대신 우나 어, 이대신 에가 자주 혼재되어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건 이랬다저랬다 했다는 게 아니라, 어떤 경우엔 으이를 어떤 경우엔 어에를 쓰는 데, 연구를 해보면 나타나겠지만, 경우마다 쓰는 말은 또렸했습니다. 서울 말투와 충청말투, 강원말투가 전부 섞여서 나타나되, 용례에 따라 이천만의 고유말투가 있는것도 중간에 위치한 이천말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말투를 옮겨쓰는 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말투는 이써. 인데, 이해를 위해 있어.로 써야만 하는 때가 그랬고, 으이발음보다 중요한게, 그 지방에서 자주 쓰던 말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저기머냐. 오라질노무거. 여간 이뻐, 아이 저게, 우쨰 그랴, 우짠일이여. 같은 말들처럼 그 지방에서만 퍼져 즐겨 쓰는 말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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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남행희) : 옛날 우리 아부지가 절 무릅팍에 앉혀 놓고 이백이가 돼백이를 짊어지고 벼르빡 삼십리를 기어 올라가 가지도 없는 낭게에 열매를 따서 구녕도 없는 자루에 항거 담아 구틀도 없는 마루에 쏟아 부었더니 대가리도 없는 개가 날름날름 주워 먹었다는 이바구를 해 주었지요~~낭구라는 단어를 보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지만 세월이 갈수록 생각이 나네요..
박상화
(이윤호) : 도드람이유~~~

"해 넘어간다.
밥해라.
야가 운다.
젓 메겨라.
안아줘도 깽깽
업어줘도 깽깽~~
밟아 ㅇㅇ라."

어릴적 노래 중
하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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