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박상화 1 928

봄 소식은 오는데 님 소식은 안 온다. 엊저녁 찬바람 불 때만 해도 겨울의 꼬리가 왜 이리 긴가 한숨을 쉬었는데, 간사스럽기도 하지, 아침에 해나고 훈풍이 부니 봄이다 싶다. 꽃도 빨리빨리 피고, 빨리빨리 지기 바란다.

첫 봄소식은 페친께서 이름을 바꾼 것이었다. 새봄이라 하시니 봄이었다. 입술을 오무려 봄이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냉기가 가셨다.

두번째 봄소식은 페친께서 초록빛 살구나무 사진을 보여준 것이었다. 살구낭구엔 살구꽃이 피고, 살구꽃이 날리는 도깨비같은 전설이 있다. 아직 납매가 피었다는 소식도 들은 바 없는데, 이리 조급하다. 그래도 어느새 아른아른 살구꽃은 졌다.

세번쨰 봄소식은 넉달 묵힌 화장실값을 치른 것이었다. 겨우내 돈이 없으니 똥값을 못냈다. 가게 바깥에 이동식 화장실이 있는데, 이걸 여기 사람들은 꿀통(허니버켓honey bucket), 또는 이동식주전자(포러파리porta-potty)라고 부른다. 퍼세식이라 물을 내리진 않는다. 매달 그 임대료를 내면 화장실을 치워주고 똥을 퍼주는데, 손님용이라지만, 대개는 홈리스들의 꿀통이다. 하도 어려워 치워버리려고도 했으나, 열다섯번쯤 고민한 후에 그냥 두었다. 겨울에 돈을 못내 물이 끊기거나 화장실이 부실한 인근 주민들도 간간이 이용하는 인근에 하나 뿐인 공공이 되버린 화장실이기 떄문이다.

은행하고 아침부터 또 한바탕 했으나, 어쨋든 만가지 빚중에 하나라도 지우고 나니 잠시일지라도 속이 후련하다. 아무리 어려워도 똥간까지 치우진 말아야지, 어떤 이들은 화장실 찾다가 포러파리라고 하면 대번질색을 하고 난 그런덴 안가라며 심지어 욕까지 하고 간다. 니똥은 금이냐, 처음엔 욱해서 그러기도 했지만, 이젠 그저 참는다. 그게 또 그 사람의 방식인걸 이해한다. 똥 무더기 위에 똥을 싸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그건 끔찍할 수도 있다.

어떻게 사람이 남의 똥위에 내똥을 싸고 살수가 있냐는 사람과 급하면 그것도 천국이라는 사람들이 오늘도 가게 앞을 지나가고 지나간다. 천국과 지옥은 하나다.

하아, 근데 이 님은 왜 소식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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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붕어
꿀통....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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