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해바라기

김영철 0 549
해바라기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 하러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어 들어
집으로 온다

윤동주 동시다
누님이 그랬다,
큰딸은 살림 밑천이라 했지만 없는집 큰딸은 그시절에는 그야말로 가정부이자 동생들 키워야하고 집안 온갖 살림 모두를 다 챙겨야만 했다
보리타작에 모내기철 농번기에는 학교도 못가고 하얀보자기 다라에 들밥을 이고 뚝방에 걸어오는 누님 모습을 멀리에서 바라보면 마치 해바라기 한송이가 걸어 오는듯 했다

어제 고향에 계시는 누님이 가을걷이를 가득 보내 주었다 주섬주섬 부쳐준 보따리가 반가우면서도
왠지 짠하다. 가을에는 받아도,주어도 왠지 개운치가 않다 받음은 그수고스럼에 미안하고, 주는것은 성에 차지않아 흡족 하질 않으니 뭔 심사인지 모르겠다

밭에는 하연서리가 내리고 솔잎사이 안개를 헤치고  떠오르는 아침 태양이 눈부시다
온갖 새들은 아침을 노래하고 단풍은 절정을 넘어
길 가상 모퉁이에 오돌오돌이다
막바지 속이 차오르는 배추들은 풍만을넘어 비만해지면서 마지막 뜸물과(진드기)사투 중이다
나눠 먹고 살자는데 당할 재간이 없다

하늘을 보니 가을이요
땅을 보니 입동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새벽 산처럼만 묵직하고 변함없이 살자해도
하루에도 몇번씩나 흔들리는가!

윤동주, 그리고 누님,
오늘도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하며
아침 창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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