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고속도로만큼 빠르게 살던
고향집 가는길이 비틀거립니다
뒤도 한번 돌아 보지 못하고
화살처럼 날아간 공간 속에
뉘가 보고 싶어 대문에 머뭇하며
호미자루에 감쳐 보이지도 않튼
그 쭈글했던 웃음들이
창가 공동묘지 봉분에 환하게 피었습니다
속도는 빠르고
사이는 멀어만 집니다
손가락 끝으로 세계을 보면서도
그리움도 보고픔도 상실한 시대
창호지 문살에 유리문도 없는 세상
속도는 암흑을 몰고왔습니다
석 삼년 머슴살이에
달뱅이논 한마지기에는
문패도 없이
잡풀만 무성한 묘지들이
두눈 부릅뜨고
허이 허이 곁을 기다리고
길은 이어지고
세월은 안개 길입니다
사라져 버린 곁에
내가 곁이 되어
곁으로, 곁으로 곁으로
길을 찾아 묻습니다
불편하고 버석거리는 새옷을 입고, 깜깜 새벽길을 나서 짐을 이고 지고, 빽빽이 들어찬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며 한시간, 버스를 기다리며 한시간, 갈아타고 다시 한시간 반, 버스를 기다리며 한시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비포장도로를 흔들리며 한시간, 거기서부터 걸어서 한장고개를 넘는 길이 한시간, 그 고생 끝에 산소가 있었고, 너 왔니? 하시는 것 같던 그날들.. 기나긴 인사와 어른들의 말씀과 기다림 끝에, 취한 아버님과 해거름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 또한 그러했고, 집에 도착한 밤 12시부터 2시간을 이어지던 아버님의 말씀을 무릎꿇고 듣던 일이 또한 그립습니다.
누님은 밥을 해놓고 내다 보구 있을것이네
길도 한적하구 아내가 운전하고 호사하네
잘 다녀 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