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나는 졸장부이로소이다
큰 싸움을 도모하질 못하고
큰 도적도 되지 못하고
큰 장사도 꾸리질 못하고
큰 글도 쓰지 못하는
나는 졸장부이로소이다
조직보다는 내 이웃 동지들이 눈에 밟히고
동지들보다 내 처자식이 더 애절한
나는 졸장부이로소이다
싸움을 해도 큰 싸움을 하고 싶고
도적도 큰 도적이 되고 싶지만
졸장부 가슴은 언제나
언덕 비탈에 걸려 발버둥만 칩니다
졸장부 가슴에도 혁명은 새록 거리고
썩은 땅을 갈아엎어 새 씨앗을 뿌리며
호수처럼 수평의 세상을 그려도 봅니다
혁명을 꿈꾸는 선지자들은
오늘도 황야를 해매이고
별이 된 혁명가들은
졸장부 머리 위에 반짝거리고
졸장부 작은 가슴은
오늘도 숨어 엎드려
하늘 바라보지 못하고
나는, 나는 졸장부이로소이다
#여느해 모대학 음악동아리에서 노랠 만든다기에 써본 노랫말인데 노래는 어디로 가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