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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 그 여자 - 김창완

박상화 0 973

우리 옆집 그 여자

 

- 김창완

 

 

그리하여

그 여자 순대장사 시작했지

먼지 바람 잘 날 없는 시장바닥에

그 여자, 내장 꺼내 도마 위에 올려 놓지

 

그리하여

그 여자 기름때에 절어 갔지

손도, 앞치마도, 세월까지도

순대보다 시커멓게 타버린 사랑마저

인제는 칼로 베도 아프지 않지

 

썰어서 팔아 버린 내장 길이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 여자도 모르지

논둑처럼 꾸불텅, 밭둑처럼 꾸불텅

고향까지 갈 것인가, 저승까지 갈 것인가

밤중까지 돼지창자 까뒤집는 그 여자

 

돼지처럼 먹고 자고, 아무렇게나 살았지

사람들께 살점 모두 발라 내주고

인제는 창자까지 썰어서 파는

순대장사 벌인, 우리 옆집 그 여자

그리하여

그 여자, 새벽마다 식칼 쓱쓱 갈지.

 

 

<우리 오늘 살았다 말하자, 실천문학사, 1983> 

 

그리하여 (tif).jpg

(글씨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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