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삶은 헤쳐나가는 것. - 박명균

 

삶은 헤쳐나가는 것.

 

대략 20년 만인것만 같다. 

새벽2시까지 술을 마셔본게. 

아무리 술이 좋은 자리도 매일 운전을 해서 12시면 부담이 된다. 

일요일에 축구를 하는데 감독이여서 내차 트렁크에 축구공과 작전판, 선수들이 입어야될 조끼가 있다. 

감독이라고 해서 별로 할건 없지만 그 자리에 있어야만 된다. 

새벽에 운동장에 서보지만 속이 울렁거려서 뛸수가 없다. 

골키퍼를 보면서 맥없이 골을 먹는다. 

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커녕 약점이 된다. 

그렇지만 감독의 역할중에서 제일 중요한건 그저 그 자리에 참여하는 것이란걸 안다. 

살아가는 동안에 잘할수도 있고 잘못할수도 있는데 중요한건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고등학교3학년2반 3번째 줄 다섯 번째 칸이였던가 그랬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참 힘들었다. 

고운을 하면서 무기정학을 받았고, 그 2주가 지난다음에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너무도 낯설었다. 

어떤 형태로든 시선을 받는다. 

못본척 지나치는 자연스러운 선생님의 시선을 받는다. 

눈을 마주칠수도 없고, 그렇다고 칠판을 보지 않을수도 없다. 

아직 학생이여서 .

교단에 서서 고등학생이 무슨 사회운동이냐고 비아냥거리면 주먹을 쥐게 되고 칠판을 쏘아보게된다. 

용기내서 말씀을 이어가는 선생님이 보인다. 

부담스럽지만 자기도지지 않겠다는 듯이 말을 맺고 그 격앙된 감정을 이어서 어색한 수업을 진행한다. 

한 학생의 쏘아보는 눈빛에 선생님도 부담스러운게 사람 마음이다. 

반대로 친구들과 선생님의 시선을 받으면서 3학년 2반에서 의자하나를 지킨다. 

의자하나가 뭐라고 6개월간 시선을 견딘다. 

고등학생에서 그 의자를 버리면 자퇴고, 세상을 버리는것이여서 어쩔수 없이 의자하나를 끌어안는다. 

교과서도 없는 학생이 6개월간 수업을 듣는다. 

벌을 서는 것인가?, 수업을 듣는 것인가?, 견디는 것인가?. 

6개월은 얼만큼의 호흡인건가?

얼만큼 숨을 참으면 6개월이 지나가는건가?

친구들의 정석과 성문영어를 본다. 

1분1초가 아까운 고3 막바지 시간에 한문장을 공부하게 된다. 

“반드시 이겨낸다.

반드시 헤쳐나간다”

6개월이란 시간동안 문장하나를 익힌다. 

그 의자하나를 벗어나면서 숨통이 트인다. 

무엇을 하든, 어떤 곤란을 겪던 그 어느것도 자리를 지키는 것만큼 힘들고 어렵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난건가 지나온건가 그렇게 생각을 해본다.

 

5-6년이 지난 다음인갑다. 

오래된 일이여서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기억이 맞기는 한건지, 그렇게 상상하는 건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시간을 맞춰보면 군대를 막 제대했을때쯤인 것 같다. 

한 여자후배의 이야기를 듣게된다. 

유격훈련을하고, 대포를 쏘면서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고등학생운동이란거 내 삶에서 한참 지나온 것 같은데.

오래간만에 후배들을 만나서 술을 마신 날이였던 것 같다. 

단지 내 상상이 맞다면 말이다. 

1700명이 보는 자리에서 한 여학생이 선생님들에게 밟히고 있었다. 

구두발로 등짝을 밟히고 있다. 

단지 고등학생이 고등학생도 사람이라고, 사람으로서 가치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고 해서 말이다. 

당시의 중,고등학교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자주 때렸다. 

학생들은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했고, 

학생답지 못하다고 학생의 앞머리를 마음대로 가위로 잘랐다. 

쉽게 뺨을 때리고, 교무실엔 학생들을 때리기 위한 몽둥이가 많았다. 

쉽게 학생들을 증오했다. 

독립운동가를 색출하는 일본순사처럼 고등학생 활동가를 색출해내려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선생님은 고운활동가가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자기들의 시선에 목숨이 달려있는 학생이란 사실을 잊게된다. 

마음껏 비아냥거리고, 망신주고, 공격해도되는 자신과 힘이 대등한 적으로 간주했다. 

왜 발직한 놈과 년이 눈물을 흘리는지 알지 못한다. 

눈앞에서 울면서 쏘아보는 학생의 뺨을 때린다. 

고개를 다시드는 학생의 뺨을 때리고 마음껏 적개심을 뿜어낸다. 

그러면서도 학생마음에 일어나는 절망을, 죽음을 보지못한다. 

자기 자식과도 같은 나이인데 지금은 적으로만 보인다. 

실은 선생님의 나약함이 일부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민주주의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인간으로서 당연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나약한 일부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폭행을 행사한다. 

학교담벼락 하나를 경계로 일방적인 폭행이 가능하다. 

그걸 교육이라고 했었다. 

학생이면서 그렇게 뺨을 맞으면서도 참았던건 의자하나 지키자는게 아니였다. 

그 의자에 있을거라고 믿고 있는 엄마, 아빠 때문이지. 

그 의자도 소중하긴 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고등학생도 충분히 알아서 말이다. 

부당하고, 일방적인 폭행임에도 학생이여서 대들수가 없다. 

때리면 때리는 데로 발로 차면 차인다. 

엄마, 아빠에게 말하면 자식을 퇴학시키겠다고 말한다. 

폭행당한 학생의 엄마, 아빠가 교무실에서 많은 선생님 사이에서 무릎을 꿇어야되는 그런 시절이였다. 

뭔지 모르게 일단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빌고 빌어야 되는 시절이였다. 

학생에게 부모가 무릎굻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떤 상처가 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어쩌면 알지 못하는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몇몇의 학생들은 그 고통을 알아서 뺨을 맞아도 발로 밟혀도 말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말해도 부모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그건 자기 목숨같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겪어본 가장 큰 아픔이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건 인격에 대한 강간같은 것이다.

 

술이 제법 취했는데도 아프다. 

후배의 고등학교 시절이야기가 아프다. 

술자리에서 고딩의 추억이란 아무리 아파도 웃게 마련인데.

40대라면 말이다. 

고1,2때 근신을 당하고, 정학을 받았다고. 

고운활동을 하면서 고3때 퇴학을 맞았다고 한다. 

자기도 맞고만 있을수는 없었다고, 자기도 반격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단체행동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고.

귀여운 단발머리에 아담한 몸매, 귀공자같은 이미지의 여고생이 강단에서 선생님에게 짓밟힌다. 

1700명의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람이고 싶은 한 여학생을 선생님들이 말이다. 

저항하지도 못하고, 등짝이 너무 아파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데 .

죽이지 못하면 자기가 죽임을 당할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그렇게 온힘을 다해서 밟는다.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더라구, 선배들 말이야. 그래도 선배면 뭐라도 해줘야 되는거 아니야. 그때 20살이나 된 선배들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않더라구. 

퇴학을 당했는데 말이야. 그런게 어디있어? 선배면 뭐라도 해줘야 되는거 아닌가?”

자기 너무 놀랐단다. 아무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이없어서 실망했다고. 

“그럼 학교는?”

전교생 1700명중 1500명이 서명을 하고 탄원을 해서 다시 학교에 다녔단다. 

어쩌면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건 그만큼 가치가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몰매를 맞아도 참을만큼 가치가 있는것. 

뺨을 맞고 부모를 욕하는데도 참아야 하는만큼 우리에게 소중한 것.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느낀 가장 큰 아픔이 있다. 

내가 전태일열사가 분신한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

내가 졸업한 의자에 앉아서 고통을 당하는 후배들을 보게되는 것이였다. 

고등학생운동을 해본 사람만이 알게되는 후배에 대한 사랑. 

할수만 있다면 대신해주고 싶은 고통. 

아무 준비없이, 순수한 영혼으로 겪어야했던 아픔들과 폭행이 어떤건지 알아서. 

왜 말한마디, 증오섞인 눈빛에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는지 알아서.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무기력하게 바라봐야 되는 고통 말이다. 

말하지 못하는 나이, 말하지 못하는 고통이란게 너무 아프다. 

다 말하고, 다 까발리면 될 것 같은데 고등학생때는 그게 안된다. 

아플수록 말하지 못하게 되고, 슬플수록 자기안에 가두려한다. 

그런 이야기를 듣게되면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 

잊고있던 분노가 떠오르고, 잊고있던 사랑이 생각난다. 

그때 왜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냐는 후배의 말이 가슴을 후벼판다. 

그때 왜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냐는 후배의 말이 가슴을 채우고 눈물을 밀어올린다. 

40대 고등학생들이 꼬치를 시켜놓고 맥주를 마신다. 

밤이 새벽으로 가는데도 .

그 구두발을 견딘 옆자리에 앉은 등을 본다. 

아직도 멍이 남아 있을 것 같은 등을 만져보고싶다. 

얼핏보이는 끈 자국이 그렇게 못하게 한다. 

“어이쿠 2시30분이네. 아 몰라 일어들 나자구”

후배를 택시에 태운다. 후배가 마음을 내게두고 택시를 탄다. 

오늘따라 도로에 늘어선 택시들이 야속하다. 

1분이나 2분이면 될 것 같은데. 

술김에 밤깊은 새벽어둠에 잠깐 후배의 등을 안아주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 

사람이 사람 안아주는 건데. 

아픔이 아픔을 안아주는 건데. 

그렇게 안아만줘도 멍이 빠지는데 그걸 못해준다.

 

“그런생각을 해봐.

독립운동을 하면 힘들 수 있는데 그건 사람이여서 그런 것 같아. 

노예로 살면 힘들지 않겠지만 그건 사람의 삶이 아니닌까. 

어느 순간은 노예가 사람보다 편하게 살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노예인 사람은 노예인거 뿐이야. 

마음이 노예여서 굴욕감을 못 느끼고, 멸시를 못 느끼는 거지. 

그래서 그걸 느끼는 사람들이 아파하는것처럼 보이는 거겠지. 

우리가 아픈거 만큼의 보상을 못받을수 있겠지. 

사회가 좋아지면 모든 사람이 같이 누리면서 사는거닌까. 

심지어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도 좋아진 사회에서 살겠지. 

삶은 그런 것 같아. 

해방된 조국에서 친일했던 사람들이 같이 살고 있는 것처럼. 

심지어 그들이 더 많은 부와 권력을 가지기 까지 하고 말이야. 

그렇지만 그들은 모를 거야. 

우리가 지키고 싶었던 그래서 싸웠던 그 삶의가치에 대해서. 

우리가 사람의 삶이라고 말했던 그 가치에 대해서. 

나중에 더 나중에 뭔가 할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거든. 

나중이란 사람에게 죽음밖에 없는 거거든. 

삶은 나중일수 없는 거닌까. 

지금 살아가는 동안에 내 삶에 의미를 더하고 가치를 더하는 것 그게 삶이거든. 

후배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

 

”삶은 헤쳐나가는 것이라고“

무엇을 하든, 어떤 생각이든 삶은 원래도 헤쳐나가는 것이라고. 

내겐 명확한 기준이 있어. 

동포를 팔아서 잘먹고 잘 산사람보단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가 내겐 더 있어보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학생의 등짝을 짓밟은 선생님이 아니라, 그렇게 짓밟힌 여학생이란 사실이야. 

그건 사람으로 살아가는 내 마음의 기준이거든. 

그 고등학생의 의자 그거 교실에도 있지만 내 마음에도 하나 있거든. 

자기 마음을 어디에 놓을 건지, 어떤 의자를 지킬건지 삶은 늘 대답해야 된다고 생각해.

마음에 의자를 지키는 것도 쉽진 않겠지. 

고등학생의 의자만큼이나 힘들다는걸 알지만. 

삶이 그렇게 힘들어서 삶에 그만큼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봐.

 

내내 후배의 안부를 궁금해 하게 될 것 같네. 

후배마음에 있는 의자가 어떤 식으로 지켜질지 궁금하네. 

나는 삶에게 후배보다 조금도 더 대답할수 없는데. 

그 아무것도 못해준 선배 그대로일것만 같은데. 

괜찮다면 헤쳐나갈 삶앞에 같이 서보고 싶네.

실은 잘 모르겠지만 선배들이 잘 못한게 아니라 후배가 특별한건데. 

그걸 모르네 바보같이. 

그런식으로 그런식으로 바보같이 얻어터지면서 학교앞에 당당할수 있는 고등학생은 1700명중에 한명 있을까말까인데. 

후배가 헤쳐가는 삶의 의미도 모르고 바보같이. 

후배가 들어올린 깃발을 1700명이 지켜보는 것도 모르고. 

누구도 그런식으로 용기있는 행동으로 존경받지 못하는데. 

누구도 후배처럼 그렇게 삶에서 빛이나지 않는데.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 내내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집에는 잘 들어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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