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그날 - 김남주
해방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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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2 14:15
솔직히 말하겠소
그날 나는 울고 싶었소
그날 정의가 불의에 패배하던 날
아이처럼 엉엉 울고 싶었소
그러나 그렇게는 되지 않았소
솔직히 말하겠소
그날 나는 의연하게
패배를 맞이하려고 했소
그날 불의가 승리를 뽐내는 날
죽지 않고 기를 세우려고 했소
그러나 그렇게도 되지 않았소
그날 정의가 패배하던 날
그날 불의가 승리하는 날
농민이 와서 내 손을 잡고 울었소
노동자가 와서 청년학생들이 와서
눈물 바람을 일으키다가 되돌아갔소
밥맛이 떨어졌다면서 아예 식음까지
전폐하고 드러누운 사람까지 있었소
그들에게 노동자 농민에게 나는
위로의 말 한마디 해주지 못했소
나 자신이 누구로부터 위로받고 싶었소
그들이 돌아가고 나는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소
이번에 싸움에서 이긴 것은
불의가 아니었다
이번에 싸움에서 진 것은
정의가 아니었다
선거에서 싸움에서 이긴 것은
돈이고 양키제국주의의 총칼이고 음모였다
정의와의 싸움에서 불의가 이겼다고 해서
불의가 불의 아닌 것은 아니다
불의와의 싸움에서 정의가 졌다고 해서
정의가 정의 아닌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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