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재 시집 <지극>에서
<버들치>
개울에 비친 모래알이 너무 고와서
한 아이가 저도 모르게 손을 담갔습니다.
누가 볼록 렌즈를 얹었을까요.
아이의 손등으로 수천의 물길이 생겼습니다.
물길 따라 햇살이 버들치 떼처럼 지나갔습니다.
아이의 손등에는
평생,
햇살무늬 아롱진 버들치가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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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그믐>
찬바람 눈보라가 매서워서
구들장이 이렇게나 따듯해서
잠들다 잠깨어서
잠깨어 미안해서, 미안해서
삼경의 칠흑과 적막을 뚫고 나와
사립 앞에 무릎을 꿇은
불빛이 새는 쪽방 하나를 마주하며
풍경이 되어버린 경배
고립무원의 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