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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仁久)아저씨 - 전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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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仁久)아저씨   

                                 - 전상순

 

 

 

비 오면 무엇이 서러운지 

흔들리는 어깨 위로 술을 부었다 

 

날궂이를 한다고 동네 사람이 뭐라 그런다 

한번도 웃어 본적이 없는 듯한 

얼굴 주름살은 늘 흙빛이다 

 

어데서 물큰 개비린내가 나면 

휘적휘적 바람 든 바짓가랭이를 흔들며 

폭 꺼진 대문을 밀치고 나온다 

 

과숫집 왕대포 낡은 유리문은 

넘치는 술렁임이 깨어진 틈으로 노상 새어 나오고 

누구하나 눈길 주지 않아도 서로를 보듬듯 

그렇게 술잔을 한 배씩 돌린다 

 

돌아간다 

돌아간다 

술잔이 돌아간다 

맺힘 없는 눈길로 술잔을 건네는 

인구 아저씨의 거칠은 손

 

월남 가서 부친 돈은 

젊은 여편네가 탕진하고 

그래도 그리운 살붙이가 가슴에 가득 찰 땐 

늙은 어머니의 무르팍에서 

가누지 못하는 몸을 눕힌다 

 

새벽에 술렁이는 소릴 듣는다 

기차 바퀴에 흔적도 없이 

인구아저씨가 사라진 날 

 

늙은 오메는 울지도 않고 

그저 오그라든 젖가슴만 쓸어안았다 

틀니도 빼 놓은 채 

그저 흙빛으로만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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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2006년 1월 삶이보이는 창 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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