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풍년이었다는데
쌀이 없대요
캄캄한 바다,
지난 봄 귀국선 타고 돌아온
이곳은 아버지 고향
건넛집 희숙이랑 뒤란 담 밑에서
사금파리에 햇볕 쓸어 담아
해종일 소꿉놀이를 해도
굶어죽은 동생 무덤가
마른버짐처럼 핀 하얀 구절초
배고프다고, 배고프다고
자꾸만 흔들리는 10월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바람소리
들판을 흔들며 외치는 소리
쌀을 달라, 쌀을 달라
거기에 오늘 어머니도 계실까요
빈 자루 들고 나간 희숙이 어머니도
거기에 계실까요
일자리 찾아나선 아버진
오늘도 돌아오지 않고
해방은 왔다는데
우리는 쌀이 없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