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해창물산 경자언니에게」(김태정 시인)

해방글터 0 1,405

개천 건너엔 여직 환한 공장의 불빛

점심 먹고 저녁 먹고

실밥을 따고 아이롱을 달구는 당신

늦게 나온 별처럼 깜빡깜빡

고단한 두 눈이 졸음으로 이울고

숨차게 돌아가는 미싱 소리에 이 밤은

끝도 없을 것 같아도

오늘밤 무슨 불꽃놀이라도 있는지

잔치라도 한판 걸게 벌이려는지

물 위에 드리워진 불빛을 밟고

가만 가만히 다가가서는

당신의 창가에서 펑펑 터지는 별들

그러나 당신은 아랑곳없고

미싱은 숨차게 돌아가고

실밥은 하나 둘 쌓여가고

보세요 당신

그 거친 손에서 달구어진 아이롱처럼

이밤사 순결하게 달아오른 별들을

따버린 실밥들이 하나 둘 쌓여갈 때마다

활발해지는 이 어둠의 풍화작용을

보세요, 땀방울 하나 헛되이 쓰지 않는 당신

누구의 땀과 폐활량으로 오늘밤

하늘의 사막에 별이 뜨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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