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 위선환
마침내 서쪽에 닿아 비 내리는 서해를 본다 개펄에서 칠게의 굽은 발이 젖고 있다
빗줄기가 내 안으로 들이친다 뼈다귀를 때리며 빗방울들 잘게 튀고 몸 속 곳곳에 웅덩이가 고였다
누군가 철벅대며 등줄기를 밟고 간다
등덜미가 젖던, 춥던 한 사람을 생각한다 여기까지 걸어 왔겠는가 또 걸은 것인가 걱정한다
척척해져서 섬이 웅크리고, 저문다 건너가지 못한 바다에는 아직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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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야 하는 페친이 있다. 쉬지 않고 밀어 낸 길이 그를 지치게 했을 것이다. 위선환 시인의 석모도를 읽는 밤, 어둡고 고요한 바깥의 등줄기를 밟고가는, 등덜미가 젖은, 추운 사람을 생각한다. 걱정한다. 웅크리고, 저물면 쉬어야 한다. 쉬고나면 또 젖어 바다를 건너는 사람이 여전히 철벅대며 내 등줄기를 밟고 갈 것이다. 그 소리를 듣는 동안은 나도 척척함을 견뎌야 할 것이다.
처음에 젖던, 춥던, 걱정이 눈에 들어 왔고, 나중에 철벅대며 등줄기를 밟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더 깊이 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