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의 책


조성웅 제3시집 <식물성 투쟁의지/ 삶이 보이는 창/ 2013>

해방글터 0 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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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삶창시선' 38권. 전국현장노동자글쓰기모임인 '해방글터' 동인,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조합원, 플란트 배관 조공. 현장에서 직접 일하고 투쟁하며 시를 써온 조성웅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식물의 속성을 지닌 투쟁의지라는 건 대체 어떤 것일까. "사랑이 오를 수 있는 거대한 씨앗"을 품은 의지를 말하는 것일까. 

 

시인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85크레인 고공투쟁을 지켜보면서 그녀가 그 위에서 가꾸는 텃밭에 주목한다. 그리고 텃밭의 어린 존재들에게서 "이윤보다 풍요롭고 경쟁보다 무성한 비판의 뿌리를 키우는" 희망을 발견한다. 

 

시인은 회의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투쟁하고 사유하며 그 자체가 '시가 되는' 삶을 만들어왔다. 시와 혁명이 분리되지 않는 삶. <식물성 투쟁의지>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의 한 귀퉁이에서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자신을 둘러싼 좁은 공간을 넓게 확장하려는 이 시대의 한 노동자 시인을 이 세상에 던져놓는다.

 

목차

 

 

제1부

식물성 투쟁의지

연대에는 이유가 없다

흐른다는 건

꽃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같은 동지들

동지가 오늘을 견디는 사상입니다

농성장의 첫날밤

청국장 투쟁

연둣빛 새잎 깃발

유통을 통제하라

인간의 존엄함이 가닿은 시간

괜찮다 다 괜찮다

 

제2부

저음의 저녁

새잎 났네

어린 짐승의 착하고 슬픈 눈빛 같은 날

오래도록 정성을 들이면 만져지는 것이 있다

우리는 강물처럼 친숙해지리라

가을 답사

사십대의 첫 주에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것

한 아름 삶이 투명해질 때

인간에 대한 친절한 배려

토닥토닥

아름다움은 자신이 깃드는 장소가 있다

그리움의 내부

모든 방향으로 손을 뻗어봐

그대, 경계에서 만나자

쌍용차 희망텐트촌

 

제3부

비상

그리운 것들을 오래도록 품으면 빛나는 전망이 된다

펼쳐라, 촛불

분노 하나로 충분했던 날은 갔다

목숨을 걸 수 있어도 왜 혁명은 꿈꾸지 못하는가

목숨을 다하여 부르는 노래

붉은 단결

기계 소리가 멈추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내전을 알리는 총성으로 살겠습니다

자본주의를 관통하고 있는 제5계절

울산대학병원 영안실에서 보낸 120일 

동지를 사랑하는 것이 혁명이었던 사람

철탑의 새벽은 전생을 걸고 온다

개량주의자들에 대한 첫 번째 포고

 

제4부

나에게 조용히 다가온 전망

금지 위에 세워진 정치적 신념은 반혁명이다

무수한 차이로 이뤄진 당신을 품을 자리

사랑도 깊으면 한이 된다

공감은 식물성 물기로 이뤄졌나 보다

난 희망에 대해 너무 과신하는 그의 모습이 위험해 보였다

이 싸움의 자리가 치유의 자리일지니

 

제5부

꽃피는 총

혁명의 내부

총탄처럼 살고 싶었다 

진달래가 만발한 시간에 난 미용실 ‘툴’에 간다

차이에 대하여 

중력의 방향은 옆으로만 흐르기 시작했다

태풍의 중심

 

발문__ 혁명 주체로 거듭난 혁명시인 조성웅 | 오세철

 

 

 

책속에서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열사의 묘역에서 

오래도록 울고 오래도록 망설이고 오래도록 숙고한 참 맑은 결단

김진숙 동지는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서서 

아직 인간의 발자국이 닿지 않는 새로운 계절로 도약했다

“저는 오늘 100일 기념으로 상추와 치커리와 방울토마토와 딸기를 심었습니다”

85크레인 아래에서 조용히 귀 기울인다

강철 위에 

씨 뿌리고 뿌리내려 온갖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텃밭을 가꾸었다니!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 정성을 다하면 

세상의 모든 강철 같은 경계가 허물어져 

부드러운 흙의 마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이 놀라운 가능성!

인간을 향한 광합성 작용, 

김진숙 동지의 식물성 투쟁의지는 

사랑이 오를 수 있는 거대한 씨앗이다   

온통 자연적인 것들로 가득 찬 우리 삶의 새로운 언어,

패배의 밑바닥에서 길어 올리는 웃음의 시간이다

높낮이도 앞뒤도 없다

토론과 결정 집행의 영속적인 자기결정운동이 있을 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혁명의 날이 온다

“즐겁게! 의연하게! 담대하게!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김진숙 동지의 텃밭은

이윤보다 풍요롭고 경쟁보다 무성한 비판의 뿌리를 키우고 있었다

어린뿌리들이 

스스로 손을 들어 발언하고 위계 없이 어깨 걸고 자라고 있었다

난 강철조차 품는 어린뿌리의 힘을 믿는다

-「식물성 투쟁의지」전문

 

용산 철거민 희생자 추모 6차 범국민대회 

가두투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본 대오를 명동성당 쪽으로 빼고 있었고 

소수의 대오만이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맨 앞줄에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운영위원장인 육십대의 노혁명가 오세철 동지가 보이고 

그 옆에는 편집위원장인 오십대 양효식 동지가 보였다

; 우리 운동은 너무 늙은 것 아니냐?

난 구력 있는 혁명가들에 대한 존경보다는 너무 늙은 우리 운동의 ‘세대’가 더 걱정되고 위험해 보였다

내 이십대의 젊은 노트에는 “변절하지 말고 사십대까지 살아남아 새로운 전통이 되자”고 기록되어 있다 

1990년대 중반, 내가 속한 비합 사회주의 써클은 정말 젊고 새파랬다 지도부가 갓 서른이었다  

그 무렵 비합 민중주의자에서 합법 의회주의자로 옷을 갈아입은 자들은 많았으나 사십대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를 본 적은 없었다

2000년 겨울, 사십대의 양효식 동지를 처음 만났다. 견해 차이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난 그날의 설렘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나의 세대는 현대중공업 해고자 조돈희 동지처럼 대중파업의 정점에 서보지도 못하고 

‘하층민’, 비정규직노동자의 외롭고 고립된 절규로 한 시기를 다 채워야 했다

어쩌면 불행한 세대인지 모르나 

내 경험의 대부분이 밑바닥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빠져들 절망도 없다 

빨리 늙고 싶었다 

사십대는 전통의 어떤 경계처럼 느껴졌다 

어느새 사십대가 된 지금, 난 더 절박하게 싸우고 싶고 더 잘 싸우고 싶다

나이 들수록 더욱 무모해지는 것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난 나의 노트에 그리운 모든 것들을 끌어당겨 여전히 고전적인 방식으로 기록해둔다 

‘혁명에 뒤처지지 않고 거리에서 싸우다 죽으면 족하고 행복하다’

투쟁은 언제나 세상의 첫 번째 질문이었고   

혁명은 모든 것을 새롭게 했다 

 

용산 철거민 희생자 추모 6차 범국민대회 

가두투쟁의 맨 앞자리에

젊은 혁명가 오세철 동지가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난 혁명가의 모습이 저렇게 단아할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비판에 어울리는 모습을 한 그에게

난 <인터내셔널가(歌)>를 불러주고 싶었다

지금 거리엔 새잎이, 새로운 감성이 자라고 

난 좀 어색하긴 하지만 이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거리에서, 그 즐거운 토론 속에서   

그리운 것들을 오래도록 품으면 빛나는 전망이 된다

-「그리운 것들을 오래도록 품으면 빛나는 전망이 된다」전문

 

 

함민복 (시인)  

 

: 조성웅의 시는 끈덕지다. 자신이 꿈꾸는 세계를 향해 숨 가쁘게 내달린다. “이기겠다는 확신이라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흐르겠다는” 처절한 신념의 들끓음이 있다. 보통의 시가 지닌 감동이라든가 여백의 아름다움은 자신이 처한 현실세계를 담아내는 데 사치라 여겨졌던지 가급적 배제하고 있다. 시의 정신을 단식할 만큼 그의 의지와 현실은 급박하다. 

“내가 원했던 것은 샘물처럼 그렇게 빈틈없이 평등한 것이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운동을 하며 불평등한 세상을 절감한다. 그리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쉼 없이 뛰어다니며 만났던 투쟁의 현장과 동료들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간혹 그의 시에 당파성이 짙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귀 기울여봐/ 차이는 협력의 방법이야”라는 시 구절이나 “저항은 선택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삶의 방식이었다”라고 노래하는 마음을 헤아려보면 그의 맨마음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무쪼록 “인간이 보다 좋은 인간의 싹이며, 노랗고 무거운 불꽃이 희고 가벼운 불꽃의 싹인 것과 같이 세계는 보다 나은 세계의 싹”이라는 바슐라르의 말이 실현되어, 그의 시가 「새잎 났네」처럼 여백과 감동을 전면에 내세우는 시절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출판사 서평

 

살며 사랑하며 투쟁하다!

삶 자체가 시가 된 노동자 시인의 식물성 언어

 

전국현장노동자글쓰기모임인 ‘해방글터’ 동인,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조합원, 플란트 배관 조공. 현장에서 직접 일하고 투쟁하며 시를 써온 조성웅 시인이 자신의 세 번째 시집 『식물성 투쟁의지』를 냈다. 식물의 속성을 지닌 투쟁의지라는 건 대체 어떤 것일까. “사랑이 오를 수 있는 거대한 씨앗”을 품은 의지를 말하는 것일까. 

시인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85크레인 고공투쟁을 지켜보면서 그녀가 그 위에서 가꾸는 텃밭에 주목한다. 그리고 텃밭의 어린 존재들에게서 “이윤보다 풍요롭고 경쟁보다 무성한 비판의 뿌리를 키우는” 희망을 발견한다. 

 

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회의하지 않는다.

살아왔고 투쟁해왔으며 사유했고 그 자체가 시가 됐다.

난 시와 혁명이 분리되지 않은 삶을 꿈꾼다. 

-「시인의 말」부분 

 

시인의 말에서 보듯, 그는 회의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투쟁하고 사유하며 그 자체가 ‘시가 되는’ 삶을 만들어왔다. 시와 혁명이 분리되지 않는 삶. 『식물성 투쟁의지』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의 한 귀퉁이에서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자신을 둘러싼 좁은 공간을 넓게 확장하려는 이 시대의 한 노동자 시인을 이 세상에 던져놓는다. 

 

포기하지 않고 흐르겠다는 신념, 

에두르지 않은 진심을 담다 

 

시인의 시선은 노동 현장과 투쟁 현장, 그리고 그곳 ‘동지’들을 향해 있다. 혹독하고 가혹한 환경이다. 그렇기에 끈덕지고 숨 가쁘게 내달린다. 당대의 문제를 누구보다 밀접하게, 에두르지 않고 직선으로 내다 꽂는다. 함민복 시인의 추천사가 말해주듯, 흔히 우리가 아는 시의 감동이나 여백이 거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대신, 『식물성 투쟁의지』를 보고 나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는 얼마나 많은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하는가, 왜 우리에게 저항과 협력이 필요한가. 『식물성 투쟁의지』가 읽는 이에게 던지는 것은 다름 아닌 ‘각성’인 셈이다. 이런 각성은 ‘식물성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남성적인 강인함과 폭력이 아니라 부드러운 여성성과 푸르른 식물성을 품은 언어들을 보여주는 것. 그렇기에 시인이 ‘식물성 투쟁의지’라 명명한 것이다. 

 

인간을 향한 광합성 작용, 

김진숙 동지의 식물성 투쟁의지는 

사랑이 오를 수 있는 거대한 씨앗이다 

 

온통 자연적인 것들로 가득 찬 우리 삶의 새로운 언어,

패배의 밑바닥에서 길어 올리는 웃음의 시간이다

-「식물성 투쟁의지」부분

 

재능 투쟁 1934일은 불가능하다고 강요됐던 것들에 대한 과감한 도전,

인간의 존엄함이 가닿은 시간이었다

부재했던 삶이 투명한 인간의 몸으로 솟구쳐 올랐던 존재의 시간이었다

-「인간의 존엄함이 가닿은 시간」부분 

 

혹자는 말할지 모른다. 시인이 꿈꾸는 세상은 너무 허황된 것이 아닌가, 하고. 무수한 차이는 대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고. 그렇다면 “차이는 지리산의 샘물 같은 것이다 참 맑고 투명한 동력, 내가 원했던 것은 샘물처럼 그렇게 빈틈없이 평등한 것이다(중략)”(「무수한 차이로 이뤄진 당신을 품을 자리」)라는 시구에 주목해보자. 그는 이기기보다 포기하지 않고 흐르겠다는 신념으로 에두르지 않은 진심을 담아낸다. 당신은 시를 꿈꾸는가, 혁명을 꿈꾸는가, 아니면 삶을 꿈꾸는가. 시와, 혁명 그리고 삶을 꿈꾸는 조성웅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막, 지금 이곳에 도착해 있다. 

 

별 볼 일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세상에

혁명처럼

지금 이곳에

새잎 났네

-「새잎 났네」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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