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가로 세로 높이 1미터, 넓고 푸르른 단결의 집으로 오라

조성웅 3 734

하청노동자들에게 후일은 없다 

투쟁할 수 있을 때가 유일하게 인간의 시간이었다 

 

쫓겨나고 쫓겨나고 하늘로 오르고 올랐지만 

여기, 어떠한 침탈에도 무너지지 않은 절박한 삶이 있다 

투쟁의 폐허 속에서도 

여기, 무릎 꿇지 않은 형형한 투쟁의 눈빛이 있다

바닥에서 바닥으로 지켜내고 쌓아 올린 

여기, 비 온 뒤 자라는 풀의 속도처럼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전망이 있다 

 

모든 강령은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강령이란 단어 앞에 불편해거나 부담되거나 쫄 필요 없다 

맨 몸으로 습기와 열기와 모기와 피부 발진과 관절 마디마디 통증을 견디고 있는 

유최안 동지 곁,

뭐라도 챙겨 주고 싶어 부채질을 하는 여성조합원의 마음이 우리의 강령이다 

대우조선 서문 앞, 전국에서 달려온 동지들 앞에서 

백 마디 말보다 오랫동안 하청지회 깃발을 흔들고 흔들었던,

깜깜한 어둠 속을 날고 있는 반딧불이 같은 

김형수 지회장의 눈빛이 우리의 강령이다 

분말 소화기 한통을 다 뒤집어쓰고도 위축되지 않고 

다시 아시바를 엮어 더욱 튼튼한 거점 농성장을 만드는 조합원들 

적들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보면서 

다시 내일의 투쟁을 시작하는 조합원들이 우리의 강령이다

지금 바로 자본주의와 다르게 살고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강령이다

 

존엄을 지켜내는 것, 

가로 세로 높이 1미터의 철 구조물은 

바닥을 딛고 일어선 우리의 강령이다 

노동자 사이의 분열을 지혜롭게 피해가며 

어떠한 침탈에도 흔들리지 않고 위축되지 않고 무너지지 않은 단결의 집이다 

세상 깊은 바닥이지만 비 개인 푸르른 하늘을 닮았다 

이토록 넓고 푸르른 중심을 본 적이 있는가

공장과 공장의 담벼락을 타고 넘어 마침내 단결에 닿을 

이토록 거대한 뿌리를 본 적이 있는가 

 

감응하고 감응하고 감응을 따라 오라 

공장 담벼락을 넘어 오라 

가로 세로 높이 1미터 단결의 집으로 오라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의 고통 따위 모욕 따위 아예 관심도 없고

투쟁하는 조합원들의 거점 농성장을 침탈하고 분말 소화기를 쏘고 얼음 물병을 던지는 놈들 

널찍한 아파트 한 채 가진 것에 삶의 보람을 느끼고 지 밥그릇 챙길 줄만 알고 

유독 부동산 주식 시세에만 마음이 쏠리는 놈들 

자본이 설치한 저 바리케이드를 넘어서 오라 

 

금속노조 조합원인 정규직 구사대 놈들 미처 날뛰어도 팔짱만 끼고 있는 자들 

투쟁할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가 

지치고 힘들고 흔들릴 때마다 나타나서 

어르고 달래고 회유하고 협박하는 것에는 유별난 재능을 발휘하는 자들 

박살나는 것보다는 조직력이라도 남겨서 후일을 도모하자는 자들

자본이 원하는 것들은 귀신 같이 먼저 알아보고 계급화해를 업으로 삼은 자들

자본이 설치한 저 바리케이드를 넘어서 오라 

 

우리는 감응하고 감염되고 번질 것이다 

가로 세로 높이 1미터 

비 개인 하늘을 닮은 단결의 집으로 오라 

넓고 푸르른 세상의 중심으로 오라 

 

바닥을 딛고 일어선 우리의 강령을 함께 포고하라 

2022년7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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