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세상은 삭막하다고
가만히 서 있어도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고
한숨들 쉬지만
내게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장마 비 잠시 그친 틈 사이
청아한 빛 띄운 파란 하늘 아래
푸르름이 더욱 푸른 나무들
어린 희망들이 골목어귀에
뛰어나와 휘젓는
생동감이 있어 아름답다
가난한 사람들끼리 모여
탁한 술 한 잔에 생채기 난 마음 다독거리며
나물무침 하나에도 정 나누며 살아가는
내 이웃이 있어 행복하다
내게 있어 세상은 신앙이다
겸허한 마음으로 나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내 마음속에 부처도 예수도
살아있다는 걸 더해지는 세월 속에서 얻는다
태어나면서 부터 죽어가는
내가 불쌍해 옆집에서 아침마다 던져주는
작은 주먹밥으로 살아났다는
기억에도 없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늘 사람들 한테 도움 받으며
살아가는 복이 될줄이야...
우리동네 인의협 의사사부부
비쩍 말라가는 몰골에
교통사고까지 났다고 속상해하며
오늘은 다른 사람 편으로 곰거리를 사보냈네요.
푹 끊여먹고 살찌라고....
2001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