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친구 생탁
광고만 봐도 피가 거꾸로 솟고 오장육부가 뒤 틀린다
수십명 사장들이 수천만원씩 나눠가질 때
한달 월급 백여만원
밥한끼에 오백원도 안되는 개밥에
연차휴가는 고사하고 일요일 휴일도 없이
목구멍이 팍팍 막히는 서러운 고구마에도
숙명적인 가난 탓이라 여겼다
재수없는 놈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던가
험난한 인생살이 끝에 잡은 운전대
사납금 맞추겠다고
이른새벽 밤 늦도록 붉은 신호등에 목숨 맡긴채 달려야 했던 더러운 세상
민주노조 만들고 나서야 알았다
이것이 노예의 삶이었다는 것을
상식과 양심이 실종되어버린 세상
자본의 노리개가 되어버린 노동청은
우리를 벼랑끝으로 내몰아 버리고
사는게 막막했던 동료들은 자본의 유혹에 등 돌리고
겨우 아홉명 남은 조합원이었는데
덕진이 마저 한을 품고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갈수록 악랄해지는 자본에 맞서 죽음을 선택하는 노동자들
7년 넘도록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재능투쟁
일 년이 넘도록 홀로 굴뚝에 올라가 외롭게 싸우고 있는 스타케미칼 차광호동지
제주에서 밀양에서...
투쟁이 몇 년 되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미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포기를 할 수 없다
시청광장에서
전광판 아래에서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속내 감추고
환하게 웃으며 농을 던지는 사랑하는 동지들과
저 연대의 발길과 손길에 우리는 좌절하지 않으련다
노동자 등 쳐먹는 자본의 정수리에
내 사랑하는
민주노조 깃발 세우고
덕진이 한을 풀고 공장안으로 들어가는 그날까지
우리에겐 절망도 포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