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아부지 저예요 첫째예요
회사는 뭐 그렇죠 괜찮아요
막내 결혼식 준비는 어떻게 문제 없으시구요
청첩은 다 돌리셨어요 오늘 끝나세요
네 그럼요 그날은 퇴근하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네네 그럴께요
탈칵 저 건너 전화 끊기는 소리가
감옥 빗장 지르는 쇳소리처럼 울렸다
우리막내 결혼식은
사장님 따님 결혼식 전 날
나는 지난 두 주 내내
사장님의 청첩장을 만들고 발송하느라
정말 미친듯이 바빴다
칠백군데 전화를 걸어 일일이 주소를 확인하고
전화기에 대고 머리를 조아렸지만,
'이사감'이 찍혀 반송되는 우편물마다
발밑 깊숙히 함몰되는 듯 두려운 핀잔을 들어야 했다
바숴질듯 어깨가 아프곤 했다
2002-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