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달도 멀고 먼 시골 구멍가게
리치와 브라이언이 왔다.
오늘도 먹어야 하기에.
철길 옆 창고 뒷담이나 폐공장 모퉁이
가시 억센 블랙베리, 엉컹퀴 무성한 틈새에서
쪼그려 술 마시고 밤새 졸다가,
서늘한 아침 로타리에서 모은 돈푼으로 낮술 마시고
또 어느 억센 풀 틈새에서 졸다가.
좋아서 헤헤 웃다가
허공에 따지다가
모진 놈한테 걸려 매도 맞고
평화를 찾아
손가락질 없고 폭력없는 자리를 찾아
도시를 뱅글뱅글 걷고 또 걷다가.
뼛가죽 덮고 짊어진 게 전재산이라
알미늄캔 모아
사십릿길 쩔그럭쩔그럭 걸어다 팔기도 했는데
고물 시세가 죽은 후엔
구걸로 술을 산다.
밤 10시, 하루 한끼의 식사.
시리얼과 우유와 냉동푸드를 복지카드로 사서
허겁지겁 인적없는 시간을 삼키다가
어느 결에 사라졌는지
쓰레기통에 비스듬히 누운 냉동푸드 껍데기처럼
길자국만 남기고 사라진 민달팽이처럼
2016.9.7